말기암 환자의 완화의료로써 통합의료에 대한 경험 : 질적 연구
Experiences of Integrative Medicine within Palliative Care among Patients with Terminal Cancer: A Qualitative Study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investigated experiences of integrative palliative care among patients with terminal cancer and their families, focusing on the role of Korean medicine.
Methods:
Semi-structured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13 participants and analyzed using inductive content analysis.
Results:
Five themes emerged: (1) perceptions of palliative care ranging from negative associations with death to positive expectations of comfort and quality of life; (2) motivations for integrative approaches reflecting limited treatment options and anticipated support; (3) perceived benefits of Korean medicine such as physical and emotional improvement and reassuring familiarity; (4) barriers involving negative attitudes of conventional clinicians and financial burden; and (5) expectations for Korean medicine as an integrative approach to symptom management and quality-of-life enhancement.
Conclusions:
These findings suggest that Korean medicine may complement palliative care by alleviating symptoms and improving quality of life.
Ⅰ. 서 론
완화의료・호스피스는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에 대한 완치적 목적의 치료가 아닌, 삶의 질에 목적을 둔 총체적 치료와 돌봄을 말한다¹.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암을 비롯하여 심혈관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 신부전,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을 완화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으며², 국내에서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및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이 해당된다³.
그 중에서도 암은 완화의료의 대표적인 적용 질환이다. 202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악성신생물(암)은 전체 사망의 24.2%를 차지하여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였으며, 특히 40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나타났다4. 그러나 의학적 치료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점차 연장됨에 따라, 단순히 생존율의 향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5. 장기간의 치료 과정은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증가시켜 환자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을 저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암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로 부각되고 있다6.
최근에는 기존의 완화의료에 통합의학적 접근이 더해져 환자 중심적인 돌봄과 증상 관리를 제공하는 통합 완화의료가 등장하였다. 통합 완화의료는 완화의료 환자를 위해 한의학, 아유르베다, 기능의학 등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7.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완화치료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통증, 불안과 우울 같은 심리적 어려움, 수면장애 등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8.
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에서는 표준 암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암 치료의 전 과정에서 근거에 기반한 보완요법을 통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환자의 불편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접근법을 통합의학 중재로 보았다9. 보건산업진흥원 및 국립암센터에서는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을 공모하며 국내의 보완대체요법을 6가지 카테고리화하여 목록을 제시한 바 있다10. 해당 목록은 대체의학체계, 심신중재, 생물학적 기반요법, 신체수기요법, 에너지요법 및 기타로 구성되며 자연요법, 한의학, 침, 뜸, 부항, 면역세포요법, 줄기세포치료, 이완요법, 명상, 최면 등을 포함한다.
국내에서는 말기암 환자가 보완대체요법을 선택한 이유에 관한 연구11와 유방암 환자의 항암치료 부작용과 보완치료 경험에 대한 연구12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완화의료 영역에서의 통합의학적 접근, 특히 한의학의 역할을 다룬 연구는 부재하다. 이에 본 연구는 말기암 환자의 통합 완화의료 경험을 탐색하여, 환자들이 한의치료를 포함한 통합의료 선택의 의사결정 과정과 영향 요인을 탐색하고, 완화의료와 통합의료에 대한 인식, 한의치료에 대한 기대와 가치, 그리고 제약 요인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환자 중심의 완화의료 모형에 있어 한의학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향후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에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의 참여자는 1개 병원 암통합진료센터의 말기 암 환자와 그 보호자이다. 말기 환자는 기대여명이 6개월 이내이며 더 이상 치료의 목적이 완치가 아닌 대상자를 의미한다. 해당 기관에서는 표준 암 치료를 대체하기보다는, 환자의 증상과 요구에 따라 한의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통합의학적 치료를 완화의료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침, 뜸, 약침, 추나, 한약 등의 한의치료와 함께, 영양 요법 및 비타민 보충, 아로마테라피, 음악・미술치료, 물리치료, 명상, 족욕, 고주파 요법, 고압산소요법 등이 제공되었다. 한의치료는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도와 신체 상태를 고려하여 적용되었으며, 신체활동이 제한적인 경우에는 뜸이나 한약 위주의 치료가, 비교적 활동이 가능한 경우에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물리치료, 족욕, 아로마테라피, 운동 등이 함께 권고되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모두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연구 목적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에 동의하였다. 총 13명이 연구에 참여하였으며, 초기에는 9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자료 수집과 분석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통합의료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한의치료를 통한 증상 완화 경험, 치료에 대한 기대와 한계 등 주요 주제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4명을 추가로 포함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나, 기존에 도출된 주제를 반복하거나 구체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새로운 코드나 범주는 더 이상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론적 포화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판단하고 자료 수집을 종료하였다.
연구 참여자에 대한 정보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참여자는 4기 진단을 받은 말기 암 환자 9명과 보호자 4명으로 구성되었으며, 보호자 4명 모두 환자가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연구에 참여하였다. 성별은 남성 7명, 여성 6명이었고, 연령은 4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하였다. 교육 수준은 무학 1명, 중학교 졸업 1명, 고등학교 졸업 6명, 대학교 졸업 5명이었다. 진단받은 암종은 췌장암, 위암, 폐암, 간내 및 간외 담도암, 직장암, 대장암, 난소암 등으로 다양하였다. 참여자들은 통합의료 완화의료의 일환으로 개인의 증상과 임상 상태에 따라 침, 전침, 뜸, 약침, 부항, 추나 요법, 한약 등의 한의 치료가 제공되었다.
2. 자료수집방법
자료 수집은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주치의 또는 장기 협진 중인 한의사 2인이 수행하였다. 환자의 상태가 양호한 경우, 자료 수집은 환자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가능하면 환자가 동석한 상태에서 보호자가 응답하도록 하였다. 인터뷰는 병실 또는 외래 진료실 내 독립된 공간에서 진행되었으며, 사전에 질문 내용과 소요 시간을 안내한 후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응답 내용은 참여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 녹음되었으며, 인터뷰에는 평균 2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3. 자료분석방법
본 연구는 Elo와 Kyngas가 제안한 귀납적 접근을 통한 분석 방법13을 기반으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수집된 인터뷰 내용을 전사한 후, 전체 텍스트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자료에 익숙해지는 준비 단계를 거쳤다. 이때, 연구 질문에 근거하여 진술한 문장과 의미 단위를 분석 단위로 설정하였다. 이후, 전사된 자료를 읽으면서 의미 있는 단어와 문장을 선별하여 개방 코딩을 하였고, 각 코드는 연구자 메모와 함께 코딩 시트에 정리하였다. 분석 초기에는 참여자의 발화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문장 단위로 코딩하였고, 분석이 진행되면서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단어와 구 단위의 세부 코딩을 함께 사용하였다. 이후 유사한 의미를 가진 코드를 묶어 비교 및 분류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11개의 일차 범주를 도출하였다. 범주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는 연구자들이 함께 논의하며 범주의 내용과 명명이 적절한지 검토하였고, 필요한 경우 원자료로 돌아가 확인하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도출된 일차 범주들 간의 공통된 의미를 중심으로 묶어 5개의 상위 범주를 도출하였다. 이 과정에서도 분석 결과가 참여자의 경험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였다. 분석 전 과정은 연구자 간 논의를 통해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자료 해석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4.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성광의료재단 일산차병원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을 받았다(승인번호: ICHA IRB-2024-12-004-002). 연구 과정에서 연구의 목적과 절차, 그리고 참여자의 권리인 익명성 보장, 비밀 유지, 자발적 참여 및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다. 모든 참여자는 자발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였으며, 자필 서명의 서면 동의를 받았다. 수집된 자료에는 연구참여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화 조치를 취하였으며, 녹음파일과 필사본은 연구진만 접근 가능한 장소에 보관하였다. 이 자료들은 연구 종료 시점으로부터 3년간 보관된 후 안전하게 폐기될 예정이다.
Ⅲ. 결 과
1.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1) 완화의료에 대한 낮은 인식과 부정적 연상
참여자들은 ‘완화의료’라는 용어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거나, 이를 부정적으로 연상하는 경향을 보였다. 완화의료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많은 참여자들이 개념 자체를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질문에 답했으며, 일부는 완화의료를 요양원, 죽음 등 임종과 관련된 단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완화의료가 증상 조절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치료라는 본래 목적보다는, 치료의 종료 혹은 삶의 마무리와 연결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환자는 완화의료를 ‘죽음’, ‘치료 종료’와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정서적 거부감을 표현한 반면, 보호자는 개념 자체에 대한 정보 부족을 중심으로 진술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게 뭘까요? 검색해보면 알겠죠?” A(환자)
“음…잘 몰라요.” E(보호자)
“아, 그건 왠지 저한테 받아들이는 느낌이,… 막 방법이 없는 사람. 터미널 케어.” B(환자)
“그냥 죽을 때 받는 치료.” M(환자)
“완화의료라고 하면 요양원이랑 매치가 되어버리니까 마음이 불편해요.” B(환자)
2) 완화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기대
반면, 일부 참여자들은 완화의료를 통증을 줄이는 치료, 조금씩 좋아지게 해주는 치료, 주된 치료는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치료로 받아들이는 등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들은 완화의료의 목표가 증상 조절과 편안함에 있음을 이해하고 있었고, 통증 감소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와 연결지었다.
“조금씩 좋아지게 하는 치료.” F(환자)
“주된 치료는 아니더라도 통증이나 뭐 이런 걸 줄여주는 치료.” G(환자)
“그냥 이렇게 통증 줄여주는 그런 것들요.” C(환자)
2. 통합의학 치료 선택의 배경
1)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의 시도
여러 참여자들은 통합의학 치료를 자발적인 선택보다는 남은 방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처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참여자의 병기가 4기인 상황에서 항암제 치료가 종료되거나, 더 이상 가능한 치료가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선택하곤 했다. 이들은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며,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때 당시에는 그걸 크게 고려할 입장이 아니었어요. 너무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 (중략) 병원에서 이제 방법도 없고 가망도 없다고 얘기를 해가지고..” B(환자)
“약을 다 써서 더 이상 쓸 게 없다고 해서… 뭐라도 해보자 싶었죠.” K(환자)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진다면 뭐라도 도움이 된다면 통합의학 치료 받고 싶어요.” M(환자)
2) 타인의 권유에서 비롯된 의사결정
통합의학 치료 결정 과정에서 가족이나 지인의 추천이 영향을 준 사례가 일부 있었다. 특히 동생이나 자녀 등 가까운 가족의 권유로 병원을 찾거나 치료를 시작한 경우가 있었으며, 충분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일단 해보자는 태도로 치료를 수용하기도 하였다.
“누가 나더러 해보자고 해서 왔어요.” G(환자)
“동생이 많이 알아봤어. 프로그램 보니까 케어 많이 해주고 하더라고.” K(환자)
3) 정서적 안정과 돌봄에 대한 기대
환자 참여자들은 통합의학 치료를 의학적 처치에 그치지 않고, 편안함과 정서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으며, 치료를 받으며 고통을 줄이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편 보호자들은 집에서 돌보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통합의학 치료가 일상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을 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있는 동안에 고통 없이 지내게만 해주시면, 나는 병 낫게 하는 거 안 바란다.” E(보호자)
“집에 있기가 어려워서 보조치료 같은 거 해주는 데가 필요하겠다 했습니다” G(환자)
3. 한의치료에 대한 가치 인식
1) 신체적・정서적 완화 효과
참여자들은 한의치료를 통해 경험한 신체적 변화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였다. 다양한 신체적 불편이 동반된 상황에서 통증 감소나 움직임의 개선과 같은 직접적 증상 완화는 한의치료를 지속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침, 뜸, 추나, 약침 등 여러 치료법이 언급되었으며, 신체적 변화를 경험했다는 진술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서술은 참여자들이 체감한 효과에 기반한 긍정적 평가로 이해된다.
“허리 치료(침, 약침)” C(환자)
“뜸이나 몸을 따뜻하게 하는 치료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H(환자)
“전 선생님이 눌러주시는 거(추나), 그리고 뜸, 부항… 약(천왕보심단)도요.” B(환자)
2) 편안하고 친숙한 치료로의 인식
한의치료는 참여자들에게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안한’ 치료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항암이나 방사선과 같은 강한 치료의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들은 한의치료가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이며, 적은 부담으로 시도할 수 있는 치료라고 받아들였다. 이러한 인식은 치료 효과에 대한 확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치료를 지속하려는 동기와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지곤 했다. 또한, 한의치료는 일상 속에서 접해온 익숙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거리감이 적었다. 침이나 한약 등에 대한 과거의 긍정적인 경험은 현재의 수용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수술한다 해도 그것도 무섭고. 그런데 침놓는다 이런 사탕 준다 하면 좀 덜 무서운데” M(환자)
“교통사고 당했을 때도 침 맞고 나았고, 그래서 한의치료 좋아요.” C(환자)
“옛날에 한의 치료를 받았을 때는 하고 나면 환자가 좋아했어요. 시원한 느낌이 있다고도 했고.” D(보호자)
4. 한의치료 이용의 제약 요인
1) 의료진의 상충되는 조언과 혼란
한의치료에 대한 판단은 환자나 보호자만의 의사로 결정되기 어려웠으며, 주된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태도는 한의치료 이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참여자들은 주치의가 한의치료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거나 위험성을 강조함에 따라, 과거의 한의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있음에도 치료를 중단하거나 회피하게 되었다. 또한 의료진 간의 불일치된 조언은 환자에게 혼란을 주었고, 환자들은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타인의 권고에 더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의에서는 먹으라 하고 양방에서는 안된다 하고 막 야단치고… 헷갈린다고.” E(보호자)
“나는 한약도 믿음이 가는데 양방이 자꾸 무시하니까 믿음이 흔들려.” F(환자)
2) 경제적 부담
일부 참여자는 한의치료에 가진 인식과는 별개로, 실제 이용에서 경제적 제약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특히 암 치료 과정에서 이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비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한의치료는 부담스러운 선택으로 작용하였다. 실비 적용의 한계는 치료에 대한 의지를 꺾거나, 한의치료를 제한적으로만 수용하게 만드는 현실적 장벽으로 드러났다.
“한방은 처음 왔을 땐 생각도 못했지.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난 잘 모르고 실비가 안된다 하니까. (중략) 컨디션 괜찮을 때 같이 하고 싶어요.” K(환자)
5. 완화의료에서 기대하는 한의치료의 역할
1) 통증 완화와 증상 개선
참여자들은 완화의료 상황에서 한의치료가 통증을 줄이고,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항암치료나 암 유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통증과 불편 속에서, 한의치료가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한 치료이자 증상 완화의 수단이 되기를 바랐다. 일부 참여자들은 과거에 받은 한의치료 경험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와 같은 효과가 완화의료에서도 다시 나타나기를 희망하였다.
“아픈 것만 좀 줄여주시면 좋겠어요.” C(환자)
“통증 완화 측면이요.” I(보호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거, 침도 나한테 좀 관통을 해줘가지고 백번 중에 한 번이라도 연결되는 거 같고 발이 쫙 펴진다든지 이런 거 했으면.” H(환자)
2) 삶의 질 향상
참여자들은 한의치료의 역할로 삶의 말기를 덜 고통스럽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정서적 안정과 기분 전환, 만족감 등의 요소를 언급하며, 환자의 전반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방식의 치료를 바라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한의치료가 환자들이 혼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로 자리잡는 것을 기대하는 의견도 나타났다.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면서, 기분 전환도 하고, 하고 나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D(보호자)
“그냥 뭐 있나 좀 편하게 해주고…” M(환자)
Ⅳ. 고 찰
완화의료는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생애 말기 삶의 질에 목적을 둔 총체적인 치료와 돌봄을 말한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완화의료에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에서 13인의 말기암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완화의료 속에서 통합의료를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자료는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한 인터뷰를 통해 수집하였으며, 귀납적 분석 방법으로 코딩, 범주화, 추상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5개의 주요 주제를 도출하였다.
첫째, 참여자들은 완화의료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였다. 참여자들은 완화의료를 낯설게 느끼거나 특히 환자 참여자들은 “죽을 때 받는 치료”, “요양원”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는 완화의료가 증상 조절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지만, 아직도 임종 돌봄으로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준다. 반면 다른 일부는 “조금씩 좋아지게 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치료”로 인식하였다. 이처럼 완화의료에 대한 상반된 인식은 한국의 완화의료 인식에 대한 선행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재확인하는 결과로14, 완화의료의 본래 목적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둘째, 참여자들은 다양한 맥락에서 통합의료를 선택하였다. 참여자들은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함을 통보받은 이후, “뭐라도 해보자”는 마지막 수단처럼 통합의학 치료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이러한 이유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으며, 일부는 가족과 지인의 권유, 혹은 “집에 있기가 어려워서”와 같은 돌봄을 기대하며 선택하기도 하였다. 이는 참여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통합의료를 선택함을 보여준다.
셋째, 통합의료에서 한의치료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침, 뜸, 추나 등 한의치료가 통증 완화와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었으며, “덜 무서우며” “옛날에도 좋았다”와 같이 친숙한 치료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침치료를 마지막 선택으로 시작하였으나 치료 과정에서 심신의 안정과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며 치료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다고 보고한 선행 질적 연구의 결과와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으며15, 이는 완화의료에서 한의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치료 효과 자체뿐 아니라, 치료를 경험하는 과정과 정서적 경험 속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완화의료에서의 한의치료 이용의 제약 요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양방에서는 안된다고 하니까”와 같은 기존 의료진의 부정적인 태도와 상충되는 권고가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었으며, 이는 한의치료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선행 연구에서 유방암 생존자들의 침구 치료 이용 제한에 기존 의료진의 반대가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결과와 일치한다16. 또한, 병원내 한양방 협진을 경험한 한의사 대상 질적 연구에서도, 양방 의료진의 협진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제도적 지원 부족으로 협진이 단절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17. 이는 한의치료 이용의 제한이 의료진 간 인식 차이와 정보 전달 구조와 같은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보험 적용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부담은 환자들에게 이용의 장벽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참여자 개인의 긍정적인 경험과는 별개로, 한의치료 이용을 제한하는 한계가 제도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특히, Yoo 등의 전국 단위 조사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완화의료 이용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경제적 부담을 주요한 이용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18, 보험 적용이 제한적인 한의치료의 경우 비용 부담이 더욱 크게 체감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완화의료에서 기대되는 한의치료의 주된 역할은 통증과 신체 불편감의 완화로 나타났으며, 일부 참여자들은 “편하게 해주세요”와 같이 말기의 삶을 보다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보완적 치료의 역할을 기대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완화의료를 생애 말기에만 국한된 돌봄이 아니라, 중증 질환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돌봄으로 이해하는 국제적 정의와도 맞닿아 있다19. 이처럼 참여자들은 한의치료가 증상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남은 시간을 보다 평온하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에서 말기암환자의 보완대체의학 이용을 살펴본 기존 연구와도 연결된다. 김경운 외의 연구11에서는 말기암 환자와 가족이 보완대체요법을 선택한 이유로 현대의학의 한계 인식, 보완대체요법의 효과 신뢰, 가족의 정서적 욕구 충족, 의사의 부정적인 태도가 중요한 배경이라고 보고하였다. 이는 본 연구에서 통합의학의 선택요인이 치료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 가족 또는 지인의 권유인 것과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또한, 한솔아 외의 연구12에서는 환자들이 항암치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한의학적 보완치료를 이용하였지만, 양방 의료진의 반대, 정보 부족, 높을 비용이 이용에 장벽이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경제적 부담과 양・한방 간의 불일치로 인한 혼란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다수의 참여자들은 완화의료에서 한의치료의 역할로 통증 완화, 삶의 질 향상을 꼽았다. 이는 기존의 연구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Yang 등은 체계적 고찰을 통해 침 치료가 암성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으며20, Epstein 등의 무작위 대조시험 연구에서는 진행성 암 환자에서 침과 마사지 모두 통증 감소 및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21. 뜸 치료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뜸이 진통제와 병행 시 통증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22. 이러한 결과는 한의치료가 통증 완화를 통해 증상 조절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기대수명 연장,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생애 말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에서 ‘국민의 생애 말기 삶의 질과 존엄한 임종의 보장’을 정책 비전으로 제시하였으며1, 「2024 국가 호스피스・완화의료 연례보고서」23에서는 통증과 신체 증상 완화를 핵심 서비스로 강조하였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레지스트리 분석 연구24에서는 많은 환자가 경도 이상의 통증을 겪고 있으며, 중등도와 중증 통증도 적지 않은 수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책 방향과 환자 현황은 한의치료가 통증 완화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화의료의 목표와 부합함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국내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말기암 환자의 통합 완화의료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완화의료에서 한의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특히, 한의치료가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완화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하여, 향후 완화의료에서 한의치료가 효과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양・한의 협진 체계 구축, 보험 적용 확대,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 개선과 같은 지원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기존 의료진의 부정적인 태도와 상반된 설명이 한의치료 이용의 주요 제약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완화의료 과정에서 치료 목표와 역할을 공유하고, 양・한방 의료진이 치료 계획과 경과를 상호 확인하는 협진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한 개 기관에서 제한된 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통합의료 경험이 모두 한의치료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 또한,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부 내용은 보호자의 진술에 의존했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경험이 충분히 담기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더 많은 기관과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대표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근거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임상진료지침의 개발과 의료진 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보험 확대와 같은 제도적 지원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말기암 환자가 경험한 통합 완화의료 속에서 한의학의 역할을 확인하여, 한의학이 완화의료에서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의치료는 완화의료에서 통증 경감, 정서적 안정, 삶의 질 향상 등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완화의료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한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말기암 환자와 보호자의 경험을 통해 완화의료에서 한의치료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확인하였다. 한의치료는 통증 경감, 정서적 안정, 신체 기능 개선을 통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며, 환자와 가족이 남은 시간을 보다 편안하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보완적 치료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의학이 향후 완화의료의 목표 실현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본 연구는 단일 기관에서 제한된 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므로, 향후 다양한 의료 환경을 포함한 후속 연구를 통해 본 연구의 결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본 연구의 결과는 통합의료 완화치료에서의 한의치료 이용에 환자의 긍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장벽이 존재함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한의치료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의치료 기반 완화의료 시범사업의 추진, 기존 표준진료지침과의 연계, 그리고 의료진 간 협진 체계 구축 등을 통해 한의치료가 국가 호스피스・완화의료 체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구체화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감사의 글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과제고유번호: RS-2024-00439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