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중심 다직종 팀의 재택 임종 돌봄 증례보고
Home-Based End-of-Life Care by a Korean Medicine Doctor-Led Interprofessional Team: A Cas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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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BSTRACT
Background:
In South Korea’s rapidly aging society, a significant gap exists between the preference for dying at home and the high rate of hospital deaths. This case report presents a home-based end-of-life care model led by a Korean Medicine Doctor (KMD) to address this issue.
Case Presentation:
A 102-year-old female with end-stage Alzheimer’s dementia wished to die at home. For 37 days, an interprofessional team-including a KMD, a nurse, and a social worker-provided care structured in three phases: initial assessment, transition to comfort-focused care, and end-of-life support. Interventions included daily monitoring via mobile messenger, shared decision-making, symptom management with Korean medicine, and proactive family support.
Results:
The patient died at home as wished. Her primary guardian reported high satisfaction and a positive bereavement experience, attributing this to continuous communication and education.
Conclusion:
A KMD-led interprofessional team can effectively deliver patient-centered end-of-life care, supporting the realization of “Death in Place.”
Ⅰ. 서 론
한국은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불과 7년 만인 2024년 말에는 그 비율이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도달하였다1. 이러한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연간 사망자 수의 지속적인 증가를 동반하며, 2017년 약 28만 5천 명이던 사망자 수는 2023년에는 35만 2천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2. 이처럼 죽음이 보편적인 사회적 경험으로 부상함에 따라, 생애 말기를 존엄하고 평안하게 맞이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 또한 점차 증대되고 있다.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가장 선호되는 생애 말기 돌봄 및 임종 장소는 집이며, 이는 익숙한 환경에서의 정서적 안정, 자율성의 보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3. 그러나 한국의 재택 임종 비율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2022년 기준 말기 암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4.2%에 불과하며4, 65세 이상 노인의 재택 임종 비율 역시 16%로 매우 낮다5. 또한 2021년 전체 사망자 중 외상 사망자를 제외하면 69.9%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하였는데, 이는 OECD 36개국 평균(49.1%)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6.
이처럼 환자들은 퇴원 후 자택으로의 복귀를 희망하지만, 재택 돌봄 인프라의 부족과 가족 돌봄 부담의 가중으로 인해 다시 병원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의 생애말기 재택 돌봄 논의는 암 환자 중심의 호스피스에 집중되어 있어, 점진적으로 기능이 쇠퇴하는 치매나 노쇠와 같은 비암성 말기 질환자에 대한 재택 돌봄 모델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은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년(Aging in Place, AIP)’을 넘어, ‘살던 곳에서 맞이하는 존엄한 죽음(Death in Place, DIP)’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본 증례보고에서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이라는 정책적 기반 위에서,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말기환자의 요구에 통합적으로 대응한 재택 임종 돌봄 사례를 제시한다. CARE (CAse REport) 가이드라인에 따라7 재택 임종 돌봄의 전 과정을 기술하고, 그 임상적 의미와 시사점을 조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재택 임종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논의하고, 현재 제도의 한계를 논의하고자 한다.
Ⅱ. 증례 보고
본 연구는 우석대학교부속한방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 면제를 받았다(IRB No. WSOH IRB H2507-05).
1. 환자 정보
2024년 중순, 주 보호자인 딸이 재택의료센터에 모친의 방문 진료를 의뢰하였다. 보호자는 요양보호사로서 재택의료센터 업무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으며, 동거 중인 모친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본 서비스를 요청하였다. 환자는 1926년생 여성으로, 생물학적 나이는 102세(공식 서류상 만 98세)였다. 장기요양 2등급 판정을 받은 상태로, 의뢰 당시 주된 문제는 6일 전부터 갑작스럽게 시작된 와상 상태, 의사소통 불능, 수분 섭취 거부 및 연하곤란으로 인한 지속적 체중감소, 그리고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였다. 환자는 2017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이 있었으며, 치매 증상이 심화되면서 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상태였다. 사회력으로는 딸(주보호자), 사위, 손자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환자는 생전에 요양원 등 시설 입소에 대해 “자기를 버리는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표현했고, 집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원했다.
2. 임상 경과 및 중재
총 37일간 진행된 재택 임종 돌봄은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이루어진 다직종 팀을 통해 제공되었다. 환자의 상태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초기 평가 및 돌봄 계획 수립, 상태 악화에 따른 임종기 돌봄으로 목표 전환 및 안위 증진, 임종기 돌봄 및 사별 지지의 세 단계로 구분되었다. 환자 데이터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수집했으며, 보호자에게 매일 다음 항목들의 보고를 요청하였다: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호흡 상태(정상 여부, 횟수, 증상), 의식 상태(기면, 혼미, 반혼수 등 임상적 관찰 및 보호자 진술), 하루 음식 섭취량, 소변량, 대변량 등. 본 증례의 주요 생체지표 결과는 그림1에서 확인할 수 있다.
Key biometric marker results.
MAP : Mean Arterial Pressure Mean Arterial Pressure=Diastolic Blood Pressure+(Systolic Blood Pressure-Diastolic Blood Pressure)/3
1) 초기 평가 및 돌봄 계획 수립(재택의료 의뢰일-돌봄 11일 차)
돌봄 1일 차, 다직종 팀은 첫 방문에서 환자의 와상 상태와 기면 수준의 의식을 확인하였으며, 보호자 면담을 통해 환자가 평소 자택에서 임종하길 원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이에 팀은 재택 임종 돌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보호자에게 임종 과정과 절차에 대한 초기 교육을 실시하였다. 특히 한의사는 실시간 소통과 체계적인 돌봄 관리를 위해 보호자와 재택의료센터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매일 활력 징후와 음식 섭취 및 소변 배설량을 보고하도록 요청하였다. 이러한 초기 평가 및 재택 임종 돌봄으로의 진행 논의 과정에서, 환자가 복용을 거부하던 쿠에타핀정 25 mg(Quetiapine, 25 mg)과 리셀톤패취 5(Rivastigmine, 4.6 mg/24 h)는 중단되었다.
돌봄 8일 차, 환자가 침대에서 추락하여 이마에 출혈을 동반한 열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보호자는 즉시 한의사에게 연락하였고, 한의사는 전송 받은 상처 사진을 통해 비대면으로 상황을 파악한 후, 간호사에게 응급 방문을 지시하여 지혈 및 밀폐습윤드레싱을 시행하도록 하였다8. 초기 보호자는 한의사의 외상 처치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으나, 비대면 지도를 통한 응급처치와 꾸준한 경과 관찰 후 약 5일 만에 상처가 완치되자 의료진에게 신뢰를 표현하였다.
2) 임종기 돌봄으로 목표 전환 및 안위 증진 (돌봄 12일 차-28일 차)
돌봄 12일 차, 환자가 식사를 전면 거부하며 소변량이 130 ml로 급감하는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에 한의사는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응급 방문하였다. 보호자와의 상담에서 수액 주입이나 비위관 삽입 등 침습적 처치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며 연명 의료에 대한 보호자의 의사를 확인하였다. 보호자는 환자가 평소 원했던 바에 따라 인위적인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의료진은 이러한 의사를 존중하여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재차 평가하였고,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임상적 판단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선호를 존중하여 침습적 처치를 배제하고 환자의 평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위 중심의 재택 임종 돌봄으로 목표를 전환하기로 최종 합의하였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돌봄 14일 차, 한의사와 사회복지사의 방문 진료에서는 임종기 돌봄으로의 전환을 시작하였다. 구강 건조 완화를 위해 생맥산 단미엑스혼합제(生脈散, 정우제약)를 처방하여9, 1일 1포씩 물 150 cc에 녹인 후 스프레이형 공병에 담아 수시로 입안에 뿌리도록 하는 등 비약물적 안위 증진에 집중하였다.
돌봄 18일 차 방문 진료 시에는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를 작성하였으며, 활력 징후를 기반으로 한 예후 설명을 통해 보호자의 심리적 준비를 도왔다. 아울러 한의사가 주말 기간 부재할 상황에 대비하여 인근 한의원과 연계함으로써 24시간 돌봄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등 주말 및 야간 돌봄 공백에 대비하였다.
이후 돌봄 19일 차부터 28일 차까지 환자는 소량의 수분과 영양식만을 섭취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기면 또는 반혼수 상태로 보냈으나, 활력 징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의료진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매일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환자의 평안을 유지하기 위한 비약물적 안위 증진에 집중하였다.
3) 임종기 돌봄 및 사별 지지(돌봄 29일 차-사별 지지)
돌봄 29일 차, 환자의 소변량이 80 ml로 추가 감소하자, 즉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였다. 환자의 상태를 재평가하고 임종이 임박했음을 확인한 한의사는, 보호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사망 시 대처 방법, 장례 절차 및 장지에 대한 의견을 상기시키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돌봄 30일 차, 환자의 활력 징후가 급격히 악화되자 한의사와 사회복지사는 응급 방문하여 오늘 밤이 고비임을 보호자에게 알렸다. 동시에, 가정용 측정기보다 정확한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대여해주고, 임종 과정과 사후 절차에 대한 최종 교육을 제공하였다. 또한 경황이 없을 가족을 위해 장례식장을 미리 연계하는 등 실질적인 준비와 정서적 지지를 병행하였다.
돌봄 31일 차 새벽 2시 5분, 환자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였다. 보호자는 임종 직전까지의 활력 징후 변화와 환자의 상태를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남기며 팀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였다. 같은 날 아침, 보호자는 전날 연계된 장례식장으로 이동하였으며, 한의사는 장례식장을 직접 방문하여 사망을 최종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였다. 또한, 가족을 대상으로 즉각적인 사별 돌봄을 제공하였다.
돌봄 시작일로부터 37일 차, 보호자가 센터를 방문하였을 때에도 다시 면담을 통해 사후 정서적 지지를 이어갔다.
3. 보호자의 경험
주보호자는 재택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표현하였다. 특히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 공감적인 태도, 전문적인 설명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보호자는 매일의 상태 보고를 통해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으며, 이는 “병원에 입원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하였다. 임종 5일 후 사후 방문에서 보호자는 “마음이 편안하다”며, 요양병원 등 시설에서는 불가능했을 어머니의 임종 순간을 온전히 지키며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고, 의료진의 사전 교육 덕분에 임종과 사후 절차를 당황하지 않고 잘 치를 수 있었기에 긍정적인 사별 경험을 했다고 말하였다.
Ⅲ. 고 찰
본 증례는 한의사 중심 다직종 팀이 재택에서 임종을 맞이한 초고령 환자를 돌본 사례를 통해, 환자-가족 중심 재택 임종 돌봄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하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말기 상태의 초고령 여성으로, 재택 임종을 희망하였다. 이에 의료진은 ‘초기 평가 및 계획’, ‘임종기 돌봄 전환’, ‘임종 및 사별 지지’의 3단계로 구성된 체계적 돌봄을 37일간 제공하였다. 돌봄 과정 전반에 걸쳐 보호자와의 긴밀한 소통과 공유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연명 의료를 배제하고 안위 증진에 집중한 결과, 환자는 원하는 장소에서 평화롭게 임종을 맞이하였고 보호자 역시 높은 만족도와 긍정적인 사별 경험을 보고하였다. 이는 한의사 중심 다직종 팀이 지역사회 내에서 효과적인 생애 말기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 환자-가족 중심의 재택 임종 돌봄
돌봄 의뢰 당시 환자는 초고령, 말기 알츠하이머 치매, 갑작스럽게 시작된 와상 상태, 수분 섭취 거부 및 연하곤란으로 인한 지속적 체중감소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는 개별 질병의 합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0. 이처럼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적 지침은 환자가 사전에 밝힌 명확한 의지이다10. 이러한 의지는 환자와 동거해 온 가족 2인(딸과 사위)의 일치하는 진술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하여 재택 임종 돌봄을 진행하게 되었다.
다직종 팀은 첫 방문 당일, 환자의 상태와 의향을 파악한 즉시 ’재택 임종 돌봄’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보호자에게 임종 과정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였다. 질병의 원인을 찾거나 구강 섭취를 회복시키려는 시도 대신, 평화로운 죽음을 공동의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보호자의 막연한 기대나 죄책감을 예방하고자 하였다. 이는 이후 나타나는 환자의 모든 신체적 쇠퇴 과정을 치료의 실패가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제적 목표 설정과 교육은 임종 과정에서 가족들이 겪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과 같은 심리적 증상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11, 본 증례에서 보호자가 높은 만족도와 긍정적인 사별 경험을 보고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2. 임종기에서 소변량, 혈압, 산소포화도
본 증례에서 임종기 생체지표는 비정상적인 수치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침습적 개입의 근거로 삼는 대신, 임박한 죽음을 예측하고, 그 의미를 가족과 공유하며, 심리적 준비를 돕는 객관적인 소통 도구로 활용하였다.
말기 환자에서 나타나는 생체지표의 변화는 임박한 죽음에 대한 신뢰도 높은 예측 인자이다. 다장기 기능 부전이 진행됨에 따라 소변량 감소, 혈압 저하, 산소포화도 하락이 나타나는데, 이는 각각 신장, 심혈관계, 호흡계의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저하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생리적 징후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망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12. 12시간 소변량<100 mL 또는 24시간<200 mL로 줄어드는 것은 임종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3일 이내 사망에 대한 높은 특이도를 보인다13,14. 말기 환자에서 수축기 혈압 감소, 이완기 혈압 감소 및 산소 포화도 감소는 사망에 대한 높은 특이도를 보이며, 함께 나타날 경우 72시간 이내 사망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15.
본 증례의 돌봄 과정은 이러한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돌봄 12일 차에서 환자의 소변량이 130 ml로 급감했을 때, 의료진은 이를 침습적 처치를 통해 인위적으로 정상화하려 시도하는 대신, 보호자와의 심도 깊은 상담을 통해 예후를 공유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 결과, 환자의 사전 의향을 존중하여 안위 중심 돌봄으로 전환하는 공유된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었다. 이후 임종이 임박한 시점에는 소변량의 추가 감소와 활력 징후 악화를 근거로 즉시 비대면 진료를 수행하고, 다음 날 응급 방문을 통해 임종 과정과 사후 절차에 대한 교육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였다.
3. 일차 의료 주치의로서 한의사의 역할
본 증례는 한의사의 역할이 침이나 한약을 이용한 특정 증상 관리에 국한된다는 전통적인 통념을 넘어, 복합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의 임종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일 차의료 의사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정부의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이라는 새로운 정책적 틀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 시범사업은 한의사를 일 차의료 주치의로 인정함으로써, 한의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증례의 전 과정을 살펴보면, 한의사는 단순히 한의학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돌봄 과정 전체를 조율하는 주치의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초기 방문 시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를 파악하여 재택 임종이라는 명확한 돌봄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후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보호자와 함께 공유의사결정을 내렸다. 또한 임종기 환자에게 흔한 구강건조 완화를 위해 생맥산을 처방하였다. 생맥산은 기와 진액의 소모로 인한 기음부족 상태에서 익기생진하여 단기・권태・구갈을 개선하는 처방으로 알려져 있으며16, 실제 뇌졸중 환자의 구강건조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맥산이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인 바 있다9. 본 증례에서도 약물 복용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스프레이 형태로 적용하여 환자의 불편감을 관리하고 안위를 증진하는 데 기여했다.
더불어, 한의사는 다직종 팀의 리더로서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역할을 분담하여 포괄적인 돌봄을 시행하였다. 특히 본 증례에서는 간호사의 숙련된 응급 처치와 사회복지사의 시의적절한 상담 개입 등 팀원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환자 중심의 통합적 돌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 작성 지원, 예후 설명, 사망 확인 및 사망진단서 발급에 이르는 임상적, 법적 책무까지 완수하였다.
본 증례가 한의사의 역할을 재택 임종 돌봄에서 주치의에 중점을 두었다면, 환자의 상태와 요구에 따라 그 역할은 적극적인 치료 개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말기 파킨슨병 환자의 재택 돌봄 증례에서는17, 침과 한약을 활용하여 지루성 피부염, 변비, 임종기 호흡곤란과 같은 특정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한 바 있다. 이는 한의사가 돌봄을 총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증상을 관리하는 치료 전문가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정책적 한계
본 증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있을 때 한의사가 다직종 팀을 이끌며 포괄적인 일 차 완화의료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의사가 포괄적인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부족하다.
또한, 본 증례의 응급방문과 같이, 현재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에게 요구되는 집중적이고 비정기적인 돌봄에 대한 보상 체계가 미비하다. 임종기에는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여 주말이나 야간 방문, 잦은 비대면 상담, 심리적 지지 등 의료 자원의 투입이 급증하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수가가 없어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일본에는 ’말기 케어 서비스 가산’ 제도가 있어18, 사망일 및 사망일 이전 특정 기간 동안 제공된 방문진료, 방문간호 등에 대해 추가 가산을 사후에 지급하여 임종기 돌봄의 질을 보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임종기 관리 가산 수가’의 도입을 검토하거나 관련 보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망진단서 발급 등을 위한 야간 및 주말 방문에 대한 가산 부재 문제도 해결되어야 부분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재택 임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 제공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가 생애 말기 돌봄을 위한 방문진료 서비스 제공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5. 따라서 임종기 증상 및 관리, 응급상황 대처법, 환자・가족과의 의사소통 기술, 사망진단서 발급 등에 대한 체계적인 표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한의대 학부 교육 및 한의사 보수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한 계
본 연구는 단일 증례 보고로서, 연구 결과를 모든 재택 임종 환자에게 일반화하여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102세의 초고령, 말기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특수한 임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주보호자인 딸이 요양보호사로서 재택의료센터의 업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점은 의료진과의 신뢰 관계 형성 및 원활한 소통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특수한 상황이었다. 이는 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바탕이 되었으며, 의료 용어 및 임종 과정에 대한 지식은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나아가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보고하는 능력과 숙련된 돌봄 기술은 돌봄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가족이 경험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증례의 성공적인 결과가 다른 배경을 가진 환자나 보호자에게서도 동일하게 재현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본 연구는 환자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환자가 느꼈을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향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본 증례의 한계점을 보완한다면, 재택 임종 돌봄에서 한의학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한의사 중심 다직종 팀이 제공한 재택 임종 돌봄 증례를 보고하고,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1.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직종 팀은 초고령 말기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37일간 재택 임종 돌봄을 체계적으로 제공하였다.
2. 환자는 인위적인 연명 의료를 배제하고 안위 증진 중심의 돌봄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던 장소인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하였다.
3. 주보호자는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과 사전 교육 등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긍정적인 사별 경험을 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4. 본 증례는 단일 사례로서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으나,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안에서 한의사가 돌봄 계획 수립, 다직종 팀 조율, 임종 확인 등 일 차의료 주치의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감사의 글
본 연구는 2025년도 교육부 및 전북특별자치도의 재원으로 전북RISE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결과입니다(2025-RISE-13-W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