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성 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 약물 복용 없는 복합한의치료만의 강압 효과 - 증례보고
A Blood Pressure Lowering Effect Only through Complex Korean Medical Treatment, without Antihypertensive Drugs, for Patients with Stress Induced Hypertension - A Cas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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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considered the effectiveness of integrative Korean medical treatment for stress-induced hypertensive patients without the use of conventional medication.
Methods
A 62-year-old female with stress-induced hypertension (HTN) was hospitalized for 33 days. Her pattern identification was ascendant hyperactivity of liver yang (Ganyangsanghang)-type HTN. Herbal medicine and acupuncture were used for the treatment: Cheonggansoyo-san for 33 days and Chunwangbosim-dan for 15 days, together with acupuncture for 20 minutes twice a day. Blood pressure was checked daily during hospitalization with a digital sphygmomanometer in the brachial artery.
Results
After 33 days of treatment, blood pressure decreased. The Handicap Inventory (DHI) scale and Pittsburg Sleep Quality Index (PSQI) scores both decreased. The patient also reported fewer complaints. A five-month follow-up after discharge, with no further treatment, confirmed stable blood pressure. Symptom improvements continued with no significant side effects.
Conclusions
This study indicates that Korean medical treatment is effective for stress-induced hypertensive patients.
I. 서 론
고혈압은 전세계적으로 사망의 위험요인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은 뇌경색과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 질환, 관상동맥질환, 울혈성 심부전 등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고혈압은 신실질질환, 신동맥협착, 원발성 알도스테론증, 크롬친화세포종, 쿠싱증후군 등 고혈압을 유발하는 기저질환을 제외하고는 환경 인자와 유전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본태성 고혈압이 80-95%로 대부분이며 스트레스, 비만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발되기도 한다1. 현재 항고혈압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II수용체 차단제, 알파차단제,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고혈압 치료자 중 약 40% 1제 요법, 약 43% 2제 요법, 약 16%가 3제 이상을 복용하고 있다2.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의 약 29%인 1200만 명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연간 970만 명의 고혈압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900만 명이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 받으며, 650만 명이 지속적으로 치료 받고 있으며, 유병자 중 인지율 67% 치료율 63% 조절률은 47%로 파악되는데2,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은 뇌경색과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 질환, 관상동맥질환, 울혈성 심부전, 말초혈관 질환, 신질환 등을 유발한다1. 고혈압은 만성질환 중 발병율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의료보험에서 단일 상병으로 최다, 최고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고혈압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은 대부분 양방 병원 및 보건소를 통한 약물 복용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한방치료 이용률은 현저히 낮다3.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한의사들이 고혈압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점과 고혈압은 한방의 영역이 아니며, 발병하면 지속적으로 혈압약을 복용하여 조절해야 한다는 환자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항고혈압제는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는 점과 저혈압, 마른기침, 피로,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다제 약물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약제 내성 고혈압의 경우에는 약물치료 이외에 신장교감신경차단술, 경동맥압수용체 자극술 등 관혈적 치료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약물치료에도 한계점이 존재한다4. 이에 반해 한방치료는 적은 부작용으로 고혈압 외에 환자가 호소하는 제반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에서는 한⋅양약 병용투여가 활성화 되어있는데, 이는 항고혈압제만 복용하였을 때에 비해 추가적인 혈압강하효과가 있으며, 삶의 질 개선, 혈중 염증수치 개선의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5. 대표적으로 오령산은 aquaporin 채널을 조절하여 체내 수분조절에 관여하여 강압효과를 낸다는 기전, 임상연구 결과가 알려져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혈압 조절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6. 이는 한국에서도 향후 고혈압치료에 한의치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많음을 시사한다.
한의학에서는 고혈압을 眩暈 項强 手足麻木의 범주로 보아 風, 火, 痰, 虛를 원인으로 肝風, 痰火, 風痰, 陰虛, 瘀血 등의 병리에서 발생한다고 파악하고 肝陽上亢을 위주로 肝腎陰虛 脾胃虛弱 瘀血로 변증하여 치료하고 있다7-9. 한약의 혈압강하에 관한 연구로는 肝風의 天麻鉤藤飮10, 痰火의 三黃瀉心湯11, 利水劑로는 五苓散6이 진행되어 왔는데, 한약복용과 침치료를 비롯한 한방치료와 항고혈압제 병용투여에 대한 임상보고는 많으나 최초 진단환자의 한약 단독투여에 대한 보고는 많지 않으며 특히 肝火로 변증한 처방에 대한 임상보고는 부족한 편이다. 肝火로 인한 증상으로는 쉽게 화를 내며 가슴이 답답하고, 입면난과 잦은 꿈으로 인한 수면유지장애, 입 마름 등이 있다. 본 증례는 肝火로 인한 스트레스성 고혈압 환자 1례를 입원치료를 기반한 단독 한의 치료로 고혈압 약물 복용 없이 양호한 혈압 강하 효과와 함께 제반 증상이 호전되었기에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고혈압에서 환자의 선호도를 고려한 단독 한의약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이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
II. 증 례
본 환자는 154 cm에 57 kg, 62세의 급한 성격의 여환으로 2021년 2월 4일 건강검진상 혈압측정에서 140/90 mmHg, 안저검사에서 양안 고혈압성 혈관변화 관찰되어 항고혈압제 복용 권유 받았으나 한방 단독치료 원하여 동신한방병원에 입원하였다. 2020년 11월경부터 두통과 현훈 증상 발생하여 자가에서 혈압 측정 시 수축기 혈압 180-200 mmHg, 이완기 혈압 90-110 mmHg로 관찰되었으며 2021년 2월 26일 본원 내원당시 201/120 mmHg로 측정되었으나 심전도 검사상 이상소견 없었다. 2017년 건강검진에서는 120/80 mmHg으로 측정되었으며 이후 주소증과 관련된 과거력, 복용중인 약물 없었다. 특이 과거력으로 2017년 건강검진에서 경한 지방간과 간내낭종(17.8 mm)진단받고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관찰 하였고 2021년 건강검진에서는 경한 지방간과 간내낭종(22.4 mm)로 지속적인 추적관찰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심리사회력상 2018년 가정문제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2020년 지인과 채무문제로 인해 악화되었다. 가족력상 양 부모님이 고혈압이 있었으며 음주력, 흡연력은 없었다.
상기환자는 2021년 2월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상 BUN 16.0 mg/dL Creatinine 0.4 mg/dL, K 4.4 Glucose 87 mg/dL 소변검사상 Protein- WBC 0-2/HPF RBC 0-1/HPF 복부 초음파 검사상 경한 지방간과 간내낭종(22.4 mm) 외 별무소견 보여 신실질질환, 신동맥협착을 배제하였으며, 발한, 창백, 신경섬유종증의 피부병변 등 증상 보이지 않아 크롬친화세포종을 배제하였고, 중심성 비만, 달덩이 얼굴, 적색 선조, 다모증, 고혈당 등 증상 없으며 스테로이드 복용력 없으므로 쿠싱증후군을 배제하였다. 입원치료 1일차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MPV 4.7 fl T.G 167 mg/dl 외에 특이사항 없고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및 흉부 X선 검사에서도 특이사항 없었으며 기타 병력청취에서 이차성 고혈압을 유발하는 기저질환이 없었다. 상기환자는 스트레스 상황 이후 두통과 현훈을 동반한 고혈압이 발생하였으며, 이차성 고혈압을 유발하는 기저질환이 확인되지 않아 스트레스성 고혈압으로 진단하였다.
상기환자의 내원 당시 面色은 赤烘熱하고 舌紅 苔白 脈弦하며 문진상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현훈과 양 귀에서 쇠 가는 소리가 들리고 양 눈이 충혈되어 있으며 가슴이 답답하고 입안이 마르며 후두부가 뜨겁고 뻣뻣해지는 두통을 호소하였고 평소에 작은 자극에도 쉽게 울컥하며 화가 올라오며, 누워서 잠에 들기까지 1시간, 이후 30분마다 각성하는 수면장애를 호소하였다. 이에 본 증례에서는 肝火로 인한 肝陽上亢으로 변증진단 하였다.
본 연구는 목동동신한방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에서 심의면제(DSMKIRB 2021-08-002) 승인을 받았다.
III. 치 료
2021년 2월 26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약 34일간 본원에서 입원 치료하여 한의치료로 한약복용, 침 치료, 약침 치료, 뜸 치료, 부항 치료를 시 행하였다(Fig. 1).
한약 치료는 肝膽鬱火로 인한 肝陽上亢으로 변증하여 2021년 02월 26일부터 2021년 03월 31일까지 淸肝逍遙散加味方 2첩을 하루 세번 아침, 점심, 저녁 식후 1시간 이내에 복용토록 하였다(Table 1). 입원 기간 중 야간에 입면난과 함께 잠이 들어도 후두부가 뜨거워지는 통증으로 중도각성하여 天王補心丹(과립제, 한풍제약, 3 g)을 2021년 2월 26일부터 3월 5일까지 저녁 9시와 중도 각성 시, 하루 2번 복용토록 하였고, 이후 증상이 완화되어 2021년 3월 6일부터 12일까지 자기전 한 번만 복용시켰다(Table 2). 3월 13일 이후는 증상이 완화되어 복용하지 않았다.
침구 치료는 멸균된 일회용 stainless steel 毫鍼(직경 0.30 mm, 길이 40 mm, (주)동방메디컬)을 이용하여 1일 2회 오전 오후로 자침하였다. 입원기간동안 오전은 GB20(風池) L14(合谷) HT4(靈道) HT7(神門) ST36(足三里) SP6(三陰交) LR3(太衝) 선혈하여 20분간 유침하였고 오후는 후두부의 통증과 어지러움 완화를 목표로 경추기립근 승모근 흉쇄유돌근 및 통증부아시혈에 자침하였다. 蟾酥약침(기린한의원부설 원외탕전실) 1 ml를 1회용 1.0 ml 8 mm 31 guage 주사기((주)성심메디칼)로 GV16(風府) GB20(風池) GB21(肩井)에 각각 0.2 ml씩 총 1 ml를 0.5~1 cm의 깊이로 매일 시술하였다.
뜸 치료는 동방침구제작소(한국)에서 제작한 동방쑥탄 1구를 점화식온구기(한의바이오)에 넣어서 1일 2회 CV4(關元)에 시행하였다. 부항치료는 두통, 경항통 및 견배통에 대하여 통증 완화 목적으로 시행하였다.
Ⅳ. 평가지표 및 치료경과
치료 중 경과 관찰을 위하여 입원기간 중 매일 오후 7시에 좌위로 10분 안정 후 자동전자혈압계(HEM-7122, (주)Omron Healthcare)로 1분간 혈압을 한번 측정하는 것 외에 본 증례에서는 두통과 현훈의 개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하여 NRS(numerical rating scale)을 활용하였고, 현훈에 관하여는 DHI (Dizziness Handicap Inventory)를 함께 활용하였다. 또한 수면의 질적 저하 및 입면지연, 중도각성, 다몽의 개선 여부 파악을 위하여 PSQI(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를 활용하였다.
NRS(numerical rating scale)는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통증이나 증상의 정도를 객관화하고 계량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환자가 0부터 10까지의 숫자 중 자신의 증상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평가하며, 0은 증상은 없는 경우를 의미하고, 10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아주 심한 증상을 의미한다. 본 증례에서는 10점 만점으로 두통과 현훈의 정도 평가를 위해 사용되었다12.
DHI(Dizziness Handicap Inventory)는 총 25문항,100점의 척도로 되어있으며 각 항목별 점수의 합으로 현훈 장애의 정도를 경증(16~34점), 증등(36~52점), 중증(54점 이상)의 3단계로 분류한다. 각 평가 항목은 신체적, 감정적, 기능적 영역의 제한을 측정하며 신체적 영역의 항목은 일상생활에서의 기본 신체동작에 관한 항목들, 감정적 영역은 현훈 발생에 따른 불안감 및 좌절 관련, 기능적 영역은 업무, 여가활동과 관련된 동작들의 내용이다. 본 증례에서는 2004년 대한평형의학회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DHI를 사용하였다13.
PSQI(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는 수면의 질과 수면방해 요인을 파악할 수 있는 수면측정 도구로 수면의 주관적 평가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1개월 간 수면에 관하여 주관적 수면의 질, 수면 잠복기, 수면 시간, 평소의 수면 효율, 수면 방해, 수면 약물 이용, 주간 활동 장애의 7개의 하위항목으로 나누어 채점된다. 총 18문항으로 총점은 0~21점까지 가능하며 총점 5점을 초과하는 경우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고 평가된다14.
혈압은 입원당일 180/100 mmHg로 측정되었고, 이후 한방치료로 안정되기 시작하였으며 치료 14일차부터 3일 동안 혈압 150/90 mmHg 로 유지되고 두통 현훈 수면장애 증상 완화되어 치료 16일차에 天王補心丹의 복용을 중단하였다. 지속적으로 호전되어 퇴원시 혈압은 121/74 mmHg로 측정되었으며 본원 퇴원 후 한의치료를 중단하였고 별도의 고혈압 치료는 받지 않았다. 2021년 06월 25일 f/u으로 본원에 방문하여 측정한 혈압은 128/72 mmHg, 2021년 08월 25일 전화 f/u으로 확인한 혈압은 117/73 mmHg으로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Table 3)(Fig. 2).
두통 및 현훈에 대한 NRS는 입원 당시 두통 9 현훈 10이었고, 치료 7일차 두통 8 현훈 9, 치료 16일차 두통 1 현훈 7로 호전되었다. 치료 20일차 가정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현훈 증상 악화되어 NRS 9 이었으나 NRS 7로 호전되었다. 치료 25일차 두통 0 현훈 2로 호전되어 퇴원 시까지 유지되었고, 6월 25일 f/u에서도 두통은 재발없이 소실되었으며, 현훈은 NRS 2로 경미한 상태임을 확인하였다(Fig. 3).
본 증례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중 일상생활에 장애를 줄 정도로 심각한 현훈과 불면의 호전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이차 측정지표로 DHI와 PSQI를 선정하였다. 치료 시작일과 치료 33일차 DHI 점수는 32점에서 0점으로 감소하였는데, 경증 현훈 장애에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전되었다. PSQI 점수는 16점에서 6점으로 감소하였는데, PSQI의 MCID(Minimal Clinically Important Difference)는 3점 이상으로 이는 유의성 있는 결과이다14.
Ⅴ. 환자의 관점
아래는 환자가 한의치료 후 표현한 관점을 질적으로 기술하였다.
1. 두 통
(1일차) “자다가도 뒤통수가 뜨겁고 뻣뻣해지는 느낌으로 깨요. 뒤통수를 만지면 돌처럼 딱딱해요.”→(7일차) “등부터 뒤통수까지 후끈거리는 느낌은 줄었어요.”→(16일차) “등이 후끈거리는 건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뻣뻣해지는 것도 많이 좋아졌어요.”→(25일차) “등부터 뒤통수까지 뻣뻣하고 후끈거리는 건 없어요.”
2. 현 훈
(1일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도 하루에 10번 이상 있어요. 한번 어지러우면 5분 이상 지속돼요.”→(7일차) “어지러움도 정도는 비슷한데 횟수가 하루에 7-8번으로 줄었어요.”→(16일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양상은 비슷한데 횟수가 5번이내로 줄었고 지속시간도 1-2분 이내로 짧아졌어요.”→(25일차) “순간적으로 핑 도는 정도로 하루에 1-2번 정도만 발생해요.”→(퇴원 후 3개월) “어지러움은 아직도 순간적으로 핑 도는게 있어요.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하루에 1-2번, 컨디션 좋은 날은 없기도 해요.”→(퇴원 후 5개월) “어지러움은 아직 비슷해요. 가끔 순간적으로 핑 돌아요.”
3. 불 면
(1일차) “누워서 잠들기까지 한시간 넘게 걸리고 잠들어도 30분 마다 깨요. 잔 시간을 다 합쳐도 3시간 밖에 안돼요.”→(11일차) “낮잠을 잤는데도 밤에 3번정도 깨고는 5시간 잘 잤어요.”→(17일차) “5-6시간 이상 자는데 꿈을 많이 꿔요. 새벽에 깨는 건 한번으로 줄었어요.”→(30일차) “몇 년 만에 이렇게 푹 잔 건 처음이에요. 아침에 눈뜨면 살기 싫다는 생각부터 들었던 오래된 우울감도 없어졌어요.”→(퇴원 후 3개월) “치료받고 제일 좋은 건 잠자는 게 편안해진 거에요. 하루에 6시간 푹 자요.”
Ⅵ. 고찰 및 결론
본 증례는 고혈압 최초 진단 후 항고혈압제 복용을 권유 받았으나 한방 단독치료 위하여 본원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33일간 한약투여 및 침치료의 복합한의치료를 통해 뚜렷한 혈압강하와 제반증상 개선을 이끌어냈다. 본 환자는 고혈압 외에도 두통, 현훈, 불면의 증상을 호소하였고 양 눈은 충혈되어 있었으며 평소 작은 자극에도 쉽게 울컥하며 화가 올라와 한의학적으로 肝陽上亢으로 변증하여 淸肝逍遙散加味方과 天王補心丹 복용 및 침 치료 등 복합한의치료로 고혈압을 포함한 제반증상을 치료한 증례이다. 혈압은 입원당시 180/100 mmHg에서 입원 30일차에 110/70 mmHg으로 정상혈압을 보였으며, 퇴원 시 121/74 mmHg로 주의혈압단계이나 변동폭이 크지 않고 안정되어 퇴원 후 f/u을 통해 경과 관찰하였다. 현훈에 관한 DHI score는 32점에서 0점으로 감소하였고 불면에 관한 PSQI score는 16점에서 6점으로 감소하였다. 한의치료 중단 후 3개월, 5개월에 혈압 128/72 mmHg, 117/73 mmHg로 측정되고 제반증상도 악화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며, 입원기간과 이후 f/u에서 부작용은 없었다.
이는 스트레스로 유발된 고혈압에 淸肝逍遙散 복용을 비롯한 복합한의치료가 항고혈압제의 복용 없이 우수한 혈압강하효과가 있으며 동반되는 두통 현훈 불면 등의 증상을 개선하고, 한방치료를 중단한 이후 f/u에서도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혈압은 만성질환 중 발병률이 가장 높아 일차 진료에서 한의학이 반드시 다뤄야 할 질환임에도 한방치료 이용률이 낮고 한방 단독치료 임상 증례도 적어 적극적인 진료에 한계가 있는데, 본 증례가 고혈압의 한방치료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고혈압에 고혈압 약물 투여를 환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뇌출혈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적절한 의학적 개입이 필요하며, 환자가 서양의학적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경우에 한의치료는 충분한 치료적 가치가 있으므로 본 증례는 의의가 있다. 근거중심의학에서는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patient value and preference)를 반영한 의사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15, 일시적 혈압상승으로 환자가 한의약적 접근을 선호할 때 본 증례는 고려해 볼 수 있는 근거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혈압의 조절은 심박출량과 말초혈관저항에 의해 결정되며 심박출량에 말초저항을 곱한 값으로 나타나는데 혈압의 상승과 하강을 조절하는 요인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renin-angiotensin-aldosterone계는 angiotensin II의 혈관 수축 작용과 aldosterone의 sodium 보전 작용을 통한 혈장량 조절에 의해 동맥압 조절에 기여하며, 교감신경을 통해 뇌와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norepinephrine, epinephrine, dopamine과 같은 catecholamine은 혈관을 자극하여 말초저항을 증가시키고, renin-angiotensin계를 활성화하여 심근수축력을 증강시키고 정맥환류를 증가시켜 심박출량을 증가하게 한다. 이외에 세포내 sodium과 calcium의 증가로 인한 말초혈관 평활근의 긴장도 증가, 산화스트레스에 의한 혈관 내피세포 손상으로 발생한 동맥경화 등이 혈압의 조절 요인들로 밝혀져 있다1.
혈압의 조절인자들은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는데, 스트레스란 신체적 또는 심리적 압박상태로 급성 스트레스는 cortisol, vassopressin, endorphins, aldosterone 수치를 증가시키고 신장의 sodium 배설을 저해하여 이는 심박출량과 심박수를 증가시켜 혈압 상승을 유발한다16. 또한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부신수질로부터 catecholamine의 전뇌에서의 합성률 및 교체율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한 심박수 증가와 말초혈관 저항의 증가로 혈압이 상승되며 정신활동의 흥분이 증가된다17.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혈관비대와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neurohormonal trophic factor을 자극하여 일시적 혹은 장기적인 스트레스성 고혈압이 유발된다16.
한의학에서는 고혈압을 眩暈 項强 手足麻木의 범주로 보아 肝陽上亢 肝腎陰虛 脾胃虛弱 瘀血로 변증하여 치료하고 있는데, 본 증례에서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발생한 氣鬱이 肝火로 변하여 肝陰을 손상시키고 陽을 제약하지 못한 肝陽上亢으로 변증하여 淸肝逍遙散을 복용하도록 하였다. 淸肝逍遙散은 肝鬱血虛, 頭痛目眩, 口燥咽乾 등의 병증에 사용하는 逍遙散에 解鬱, 理氣, 瀉火의 작용을 증강시키는 향부자, 청피, 치자를 加하여 肝膽火鬱로 발생하는 易怒, 躁鬱, 寒熱間作, 心悸, 怔忡, 不眠 등 신경쇠약증에 응용되고 있는 처방18이다. 청간소요산은 뇌조직내 epinephrine의 함량 증가를 억제시키고 muscle relaxation을 통한 진정작용으로 작은 자극에도 쉽게 울컥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항스트레스 효과가 있다19. 본 증레에서는 청간소요산에 갈근, 산조인, 용골, 모려를 가미하였는데, 갈근은 본 환자가 혈압이 오를 때마다 등이 뜨겁고 뒤통수가 뻣뻣하다고 호소하는 項强에 대하여 解肌退熱 작용20으로 열감과 통증을 완화시키고, 함유된 puerarin 성분이 혈관확장을 통해 직접적으로 혈압을 낮춘다21. 酸棗仁의 aporphine alkaloid는 입면장애와 중도각성 등의 수면장애 완화에 도움을 주며22, 용골과 모려는 平肝潛陽 함으로써 진정작용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증상을 완화해주는데20, 이는 용골이 Benzodiazepine receptor와 같이 GABA receptor에 작용하여 불안증세를 완화시키고23 모려가 혈청 내 catecholamine 함량을 줄이는 항스트레스 효과와 관련된다24.
본 증례에서 환자는 입원 15일차까지 사려과다로 인한 입면장애가 발생하는 자기전과 후두부 통증과 가슴 두근거림으로 인한 중도각성시에 天王補心丹을 복용하였는데, 천왕보심단은 世醫得效方 (A.D.1337頃)에 처음으로 수록된 이후 여러 의서에 인용되어 온 처방으로 자발 운동 실조효과 및 수면시간연장 등의 중추신경억제작용과 혈관확장작용, 혈압강하효과가 있어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데25, 복용 후 환자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잠이 잘 오고 통증도 가라앉는다.”고 표현하였다. 이는 dopamine과 serotonin의 재흡수 및 분해를 억제하고 삼환계항우울제(TCA)인 Imipramine 보다 뇌 시냅스의 monoamine turnover ratio가 낮아 더 유의성 있는 항우울효과가 있어 중의학에서는 이를 우울증 치료제로 쓴다26.
침구치료에 의한 혈압 강하 효과의 기전은 다양하게 추정되는데 자침 후 혈중 내인성 endorphin 농도가 증가하고 serotonin이 감소하여 이들 호르몬의 작용을 통해 혈압이 감소한다는 주장, 자침 후 혈압이 강하될 때 혈중 catecholamine 농도가 감소하고 근육의 교감신경 활성도가 증가하므로 자침 후 혈압강하는 교감신경의 활성도 감소에 의한 효과라는 주장, 자침 후 혈중 renin 및 aldosterone 농도의 감소가 동시에 관찰되므로 이들에 의한 혈압 감소가 매개된다는 주장 등이 있으며27, 침치료가 혈압약 복용과 병용되었을 때 가짜 침 치료에 비하여 유효한 효과가 있음이 보고되었다28. 또한, 자침은 혈압 강하 효과 외에도 심장 수축력의 증가, 심비대의 감소, 운동능력의 향상, 긴장완화 등의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27, 임상에서는 고혈압에 침구치료가 자주 시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고혈압치료에서 침 시술 시 太衝, 合谷, 足三里 등이 사용되었는데, 본 증례에서는 太衝, 合谷, 足三里 외 風池, 神門, 靈道, 三陰交를 배합하여 시술하였다. GB20(風池)는 족소양담경으로 疏風解熱, 聽耳明目의 효능으로 頭暈, 頭痛, 項强痛, 耳鳴 등을 치료하는데, 이는 고혈압의 범주인 眩暈, 肝陽, 肝風으로 볼 수 있으며, 風池 자침은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을 유의성 있게 하강시킨다고 밝혀졌다29. HT7(神門)과 HT4(靈道)는 수소음심경으로 安神, 寧心, 通絡의 효능으로 심계항진, 협심증, 불면, 불안 등을 치료하는데, 神門 자침은 β수용체 자극약물인 isoproterenol에 의한 심박동수증가를 억제하였으며 심장에 대한 직접작용없이 말초저항의 증가를 약화하여 혈압증가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phenylephrine에 의해 나타난 심박동수의 감소현상이 신문혈 자침 후 억제됨이 알려졌다. 이는 神門 자침이 혈압 및 심박동수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혈압이 하강하였거나 심박동수가 감소하였을 때는 이를 방지하는 효능이 나타남으로 혈압 및 심박동수 변화에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길항작용의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30. SP6(三陰交)는 족태음비경의 수혈로 肝脾腎 족삼음경의 교회혈로써 고혈압의 한방치료에 자주 활용되는 경혈 중 하나인데, 三陰交 자침은 부교감신경의 활성도를 증가시켜 동맥압의 감소에 기여한다31. 본 환자는 침치료 후 “몸에 긴장이 풀리는 듯 나른해지고 빙글빙글 어지러운게 가라앉아요.”라고 표현하였다. 약침 시술은 섬수약침 1 ml를 GV16(風府) GB20(風池) GB21(肩井)에 각각 0.2 ml씩 총 1 ml를 0.5~1 cm의 깊이로 매일 시술하였다. 섬수는 두꺼비과(Bufonidae)에 속한 두꺼비의 피부샘에서 분리된 백색의 장액을 가공한 뒤 말린 것으로, 항암효과가 있는 bufotalin, cinobufotalin와 steroid 계열의 bufalin, bufogenin외에도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을 함유하고 있다. serotonin은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의 병태생리에 관련이 있으며 멜라토닌의 전구물질로 숙면과 관련된다. 본 증례에서는 섬수약침을 祛風 및 火降의 효능이 있는 風府, 風池, 肩井에 시술하여 불면 및 우울감 증상을 개선하였다32.
본 증례는 스트레스로 유발된 고혈압 환자를 肝火로 변증하여 淸肝逍遙散加味方 복용을 중심으로 한 복합한의치료로 항고혈압제의 복용 없이 개선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환자의 증례가 1례에 불과하고 대조군이 없으며, 한방치료 전후 24시간 혈압측정을 통하여 호전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유발된 고혈압은 입원 치료라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회피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안저검사의 추적관찰 결과가 없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따라서 본 증례만으로 최초로 진단받은 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 약물의 복용이 없이 한방 단독치료가 고혈압에 장기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며, 본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향후 대조군 임상연구의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특히 고혈압의 한방치료는 양방치료에 비해 1일 투여 약물의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보건의료체계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 강압효과 이외에 단기적으로는 동반질환이나 삶의 질, 장기적으로는 합병증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한 단기적 혈압상승으로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임에도 환자가 서양의학적 개입을 거부하는 경우에, 환자의 선호를 고려하여 한의약적 관리를 통해 혈압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의의가 있다. 본 연구로는 장기적인 강압 효과에 대해서 확증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연구에서 전화 추적 관찰 등을 통한 장기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 디자인도 필요하다.
감사의 글
이 성과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9R1F1A1059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