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질환으로 진단된 만성 비정형 흉통의 한의진료 경과 :증례보고
Korean Medicine Treatment for Chronic Atypical Chest Pain Diagnosed as Coronary Artery Disease: A Case Report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Background
The aim of this study was to determine the overall effects and the clinical effect of Korean medicine treatment on chronic atypical chest pain.
Case Report
A 56-year-old male patient suffering from chronic atypical chest pain was treated with herbal medicine and acupuncture. We used the Baseline Dyspnea Index (BDI), 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PSQI), and a verbal numerical rating score (VNRS) to assess the patient’s symptoms. The administration of the new herbal medicine and local acupuncture point stimulation improved the chest pain and dyspnea symptoms. No side effects were observed during the treatment.
Conclusions
The study findings suggest that Korean medicine treatments, such as herbal medicine and local acupuncture point stimulation, may be effective as treatments for atypical chest pain and secondary symptoms in patients with coronary artery disease.
I. 서 론
만성 흉통은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진단에 있어 가장 복잡한 과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다수의 만성 흉통은 위식도역류질환(GERD)이나 근골격계의 문제 등 심장 외 장기의 병리와 관련된 비심장성 흉통(noncardiac chest pain)으로 분류된다1. 그러나. 흉통의 평가에 있어 심장 질환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응급한 신체징후 변화를 동반하지 않은 만성 흉통이라도 죽상경화성 관상동맥 질환(CAD)이나 다른 심장 관련 문제가 발생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2. 급성과는 달리 만성 흉통은 단순히 흉부의 불편함으로 호소되는 경우가 많고, 상당기간 증상의 강도나 지속시간 등에도 변화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만성 흉통의 감별진단시에는 심근경색, 대동맥 박리 등 응급을 요하는 심장질환이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만성 흉통의 다수가 비정형 협심증(atypical anigina)과 같은 기저 관상동맥질환을 시사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3.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 만성의 흉부 통증이나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의 진단시 관상동맥질환의 가능성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근래의 연구를 통하여 한의학의 중재들이 흉부 증상에 대하여 유의미한 의학적 관리로 제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들이 지속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2019년 이루어진 안정형 협심증 관련 메타분석에서는 12개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의 분석 결과 침이 니트로글리세린 투약 대비 협심증 관련 증상 및 심전도 소견을 유의미하게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4. 한편, 전통적으로 어혈을 제거하고 혈행을 촉진시킨다는 관점으로 한의학에서 활용되어 온 다수의 한약 처방이 관상동맥 질환에 대하여 주요 증상 지표를 개선시키고, 협심증 발작율을 감소시키며, ECG 소견을 개선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5. 저자들은 상기와 같은 문제인식 및 선행연구들에 기반하여 타 증상으로 입원 중 부가증상으로 만성의 흉통을 호소한 환자에 대한 한의진료 증상 관리 및 경과 추적을 시행한 증례를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
II. 증례보고
1. 증 례
본 증례의 환자는 56세의 남성으로 오래된 요천추 통증 및 하지방사통을 주소증으로 입원 진료를 수진하였다. 한편, 환자는 주소증과는 별개로 6개월전 별다른 발병사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후 호전없이 지속되고 있는 흉통에 대한 치료를 요청하였다. 환자는 흉통 증상과 관련한 특이 과거력은 없었으며, 흉통 발생 직후 양방 내과에서 심전도검사, 심근효소검사, 심초음파상 검사를 시행하여 별무 이상 소견을 확인하여 이후 별도의 의학적 관리는 시행하지 않았다. 사회력상 자영업자로 신체 활동량이 많은 편이며, 최근 특별히 스트레스의 가중 등 심리적 부담을 느낄 사정은 없었다. 가족력 상으로는 父 췌장암, 母 뇌출혈이 있었다. 흡연력은 없었으며 음주력은 주 1-2회, 회당 소주 1병이라고 진술하였다. 환자의 입원시 활력징후는 혈압 140/100, 맥박 분당 76회, 호흡수 분당 20회, 체온 36.6도로 확인되었으며 입원 이후 혈압은 비슷한 정도로 전반적으로 높은 양상을 보였다. 1월 13일 실시한 본원 입원검사 상에서는 심전도검사상 별무 이상, Lab test상 TG 174 이외 특이사항 없었으며, x-ray상 Chest의 no active lung lesions, L-spine의 IVDS narrowing L2-3 소견을 확인하였다(Fig. 1). 본원 입원검사상 특이 소견은 없었으나, 본원 가정의학과 협진시 향후 흉부 증상이 지속될 경우 폐 관련 문제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감별 진단을 위한 Chest CT를 촬영할 것을 권유받았다. 환자는 2019년 7월 초 흉통 증상이 발현된 이후 2020년 1월 13일 본원 입원시까지 복용한 기타 약물은 없었다.
환자는 수분 가량씩 지속되는 흉통과 더불어 목이 메이는 느낌을 동반 소견으로 호소하였다. 한편, 평지를 걷거나 안정시에도 간헐적으로 증상이 발생하며, 등산이나 달리기 등 활동을 할 때 흉부 불편감이 심화된다고 호소하였다. 또한, 흉통이 발생한 이후 수면 중 불규칙하게 각성하는 천면 양상이 발생하였고, 수면의 질적 저하로 인하여 지속되는 피로감과 기력 저하를 호소하였다. 환자는 이상과 같은 제반 소견으로 인하여 정신적 불안감 및 일상생활 제한이 동반되는 상태였다.
2. 증례에 대한 중재 및 평가
본 증례의 주소증인 불면을 동반하는 흉부 불편감의 개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주요 측정도구로는 Verbal numerical rating scare(VNRS)를 활용하였다. 이외 주소증의 중증도 및 수면의 질 측정을 위하여 BDI, PSQI를 활용하였다.
첫째, BDI(Baseline Dyspnea Index)는 환자의 자각증상 정도와 일상생활에서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호흡곤란 지표이다. 기능적 손상(functional impairment), 수행능력(magnitude of task), 노력정도(magnitude of effort)를 측정하는 3문항으로 구성되며 총 점수의 합은 0점에서 최대 12점으로 낮은 점수일수록 심한 증상을 의미한다. 호흡곤란에 대한 기초 수준 측정에 유용하며, 폐와 심장 관련 여러 종류의 환자군에 대한 심리 측정적 속성이 확립되어 있는 도구이다6.
둘째, PSQI(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는 수면의 주관적 평가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도구이다. 주관적 수면의 질(subjective sleep quality), 수면 잠복기(sleep latency), 수면 시간(sleep duration), 평소의 수면 효율(habitual sleep efficiency), 수면 방해(sleep disturbance), 수면제 사용(use of sleep medication), 주간기능장애(daytime dysfunction)의 7개 하위 항목, 총 18문항으로 구성되어있으며 0점에서 21점까지 합산한 점수로 수면 상태를 평가한다. 전체 점수가 5점 이하인 경우 양호한 수면, 5점 초과인 경우 수면의 질이 낮은 것으로 본다7.
각 도구의 경과평가는 한약 중재가 도입되기 전일의 시점부터 퇴원 당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시행하였으며, 퇴원 후 2주, 6개월이 되는 시점에 환자의 증상을 경과추적하였다. 본 연구는 ◯◯한방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에서 심의면제(CYIRB 2020-08-001) 승인을 받았다.
3. 치료 내용
2020년 1월 13일 입원 시점에는 흉통 증상 경감을 목적으로 곽향정기산(곽향 6 g, 소엽 4 g, 길경 2 g, 대복피 2 g, 대조 2 g, 반하 2 g, 백지 2 g, 백출 2 g, 복령 2 g, 감초 2 g, 생강 2 g, 진피 2 g, 후박 2 g)을 1일 3회 투약하였으며, 침구 치료는 입원기간 동안 복와위로 하루 2회씩 시행하였다. 침은 동방침구사에서 제작한 1회용 0.25×30 mm 및 0.30×40 mm stainless steel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였으며 기본 유침 시간은 10분으로 하였다. 침치료는 환자의 주요 입원 사유인 근골격계 통증의 완화를 목표로 요둔부의 腰陽關(GV3), 양측 腎兪(BL23), 環跳(GB30) 등의 부위에 침치료를 시행하였다.
2020년 1월 14일 저녁부터는 지속되는 흉통 증상의 완화를 위해 조제한약을 계지생강지실탕(지실 15 g, 계지 9 g, 생강 9 g)을 1일 3회 투약하는 것으로 변경하였으며, 1월 18일에는 귤피지실생강탕가감방(진피 15 g, 지실 6 g, 후박 6 g, 생강 7 g)으로 처방을 변경하여 1일 3회 투약하였고, 1월 23일 퇴원시 퇴원약으로 귤피지실생강탕가감방 1일 3회 투여, 4일분을 처방하여 퇴원 후에도 일정기간 한약 복용을 지속하게끔 하였다. 침구치료의 경우 흉민의 호전을 목표로 흉부 근위취혈 중재를 시행한 1월 17일부터는 매일 1회 上脘(CV13), 中脘(CV12), 下脘(CV10)에 2 cm 깊이로 직자 침치료를 시행하였으며, 좌측 소흉근 아시혈 및 쇄골 하단, 흉골부에 2.5 cm 깊이로 사자 침치료를 시행하였다. 해당 침구치료시 침은 동방침구사에서 제작한 1회용 0.25×30 mm stainless steel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였으며 기본 유침 시간은 10분으로 하였다.
4. 경 과
상기 환자는 1월 17일 저녁 치료 후 흉통 증상이 경감되어 일상 생활상에서의 불편감이 감소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환자의 표현에 의하면 목까지 메이는 듯하였던 흉민 증상은 “가슴이 약간 답답한 정도”로 발생 부위가 축소되었다고 하였다. 1월 18일에는 “가슴 답답함이 거의 없어요.”라며 자각 증상이 거의 소실되었다고 하였다. 1월 20일 한약 중재 도입 4일차에는 “계단으로 1층부터 13층까지 3번 정도 왕복했더니 약간 답답한 느낌이 있기는 했어요. 그래도 이전엔 운동을 아예 할 수 없었는데 이젠 운동해도 괜찮더라고요.”라고 표현하였고, 운동량 증가 후 흉부불편감이 경도로 재발하였으나 이전에 비해 일상생활에서의 제한이 경감되었음을 확인하였다. 1월 23일 퇴원시에는 흉통이 유의미하게 호전된 상태로 지속됨을 확인하였으며, 환자는 “여전히 잠을 자는게 편안하지는 않지만 가슴이 가벼워져 살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퇴원 시점에 시행한 문진 및 평가 척도 측정상 제반 증상이 개선됨을 확인하였고, 진료 시작 시점부터 경과추적시까지 사용한 모든 중재에 대하여 환자의 이상사례(adverse event)는 관찰되지 않았다. 퇴원 후 2주째 되는 시점인 2월 5일 유선 연락을 통해 시행한 경과추적시 환자는 “퇴원 후로 흉부 불편감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하여, 증상의 호전 경과가 재발없이 지속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흉부 불편감 증상에 대한 VNRS은 입원 시점인 2020년 1월 13일에는 평지를 걷거나 안정시 2-3, 등산 또는 달리기를 할 때 6-7, 한약 치료 시작 2일차인 1월 15일에는 안정시 2-3, 활동시 3-4, 좌측 흉부 근위취혈 시작 당일인 1월 17일에는 치료 직후 안정시 1, 활동시 3-4, 1월 18일에는 안정시 0, 활동시 3, 1월 20일에는 안정시 0, 활동시 1-2 수준의 자각적 중증도가 측정되었고, 퇴원 시점인 2020년 1월 23일에는 안정시 0, 활동시 0-1로 호전되었다(Fig. 3). 2월 5일 시행한 경과 추적시에도 관련 소견의 재발 없이 흉부 불편감은 소실된 상태임을 확인하였다. 두번째 추적 관찰시 확인한 2월 말경 증상 재발로 인한 스텐트 시술 당시의 흉부 불편감 양상은 본원 입원 시점의 수준과 비슷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본 증례의 이차 측정지표 선정시에는 흉부 불편감과 호흡 곤란 사이의 관련성 및 이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 간의 상관관계를 반영하였다. BDI의 경우, 1월 13일 5점, 18일 10점, 23일 퇴원시 11점으로 호흡곤란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어 일상에서의 활동 제한이 크게 경감되었다. 다만 PSQI의 경우, 1월 13일 14점, 18일 10점, 23일 10점으로 수면의 질이 낮은 양상이 지속되었다. 여전히 전반적인 수면의 질은 낮지만 주소증의 호전에 따른 불면 증상의 개선 양상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환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측정 도구를 통해서도 증상 호전 및 삶의 질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퇴원 후 6개월째 되는 시점인 8월 1일 유선 연락을 통해 시행한 경과추적시 환자는 2월 말경 지속되는 흉부 불편감에 대하여 본원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타 병원 Cardiac CT 촬영을 진행하였으며, 관상동맥의 협착이 70% 가량 진행된 상태가 확인되어 경피적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시술 이후 환자는 혈전 발생 억제를 위한 아스피린과 고지질혈증 완화를 위한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한다고 하였다.
III. 고 찰
본 증례에서는 관상동맥질환으로 진단이 이루어진 만성 흉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 투여 및 흉부 근위취혈 침치료를 통하여 신속한 증상의 조절 및 불면과 삶의 질 저하 등 부가소견의 개선을 관찰하였다. 또한, 초기에 구체적인 원인이 진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지속되던 흉통에 대하여 병력청취를 바탕으로 관상동맥질환의 가능성을 설명하여 환자가 세부 진단에 이르도록 안내하고, 이에 대한 실제 진단 결과를 경과추적을 통해 관찰하였다는 점에서도 본 증례가 한의 의료기관에서의 진료시에 참고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흉통의 감별진단과 관련된 주요 가이드라인은 위험 요인에 기반하는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merican Heart Association(ACC/AHA) and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ESC) 지침과 증상에 집중하는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 지침이 있다8. 상기 환자는 만 56세라는 연령, BMI 26.89로 관상동맥질환의 위험 요소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본 환자는 고콜레스테롤혈증 과거력은 없었으나 본원 입원 검사상 Triglyceride 174 mg/dL, Total Cholesterol 218 mg/dL로 이상지질혈증에 해당하는 소견이 확인되었고, 본원 입원 이후 혈압도 수축기 120~140 정도의 고혈압 전단계 양상을 보여 해당 소견 역시 관상동맥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볼 수 있었다. 한편, 2016년 개정된 NICE 지침에서는 이와 같이 안전형 협심증이 의심되는 경우의 흉통의 전형에 대한 평가절차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9. 해당 지침에서는 1. 가슴 또는 목, 어깨, 턱, 팔의 불편감이 있으며 2. 육체적 활동에 의해 촉발되고 3. 휴식 또는 질산염 약제 설하 투여로 수 분 내 통증이 경감되는지 등 3가지 특징을 먼저 살피며 이중 몇 개가 관찰되는지에 따라 흉통의 성격을 진단한다. 본 증례의 환자는 흉통 및 목까지 올라오는 불편감이 있을 뿐 아니라, 운동 등 외부 활동을 할 경우 증상이 발현 또는 악화되는 경향을 호소하였으므로 2가지의 특징이 뚜렷하여 비정형 흉통(atypical angina)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이외에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기 위해 The Rouan decision rule도 참고하였다. 해당 규칙은 정상 또는 비특이적인 심전도를 가지면서 심근경색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신뢰성 있게 예측한다10. 해당 규칙의 임상 특성으로는 60세 이상의 연령, 발한 증상, 심혈관 질환 과거력, 남성, 압박되는 느낌의 통증, 어깨 및 팔, 목 또는 턱으로의 방사통으로 총 6개의 항목이 있는데, 해당 환자는 전체 항목 중 남성이라는 한 항목에만 해당되어 score 1점으로 심근경색 위험도는 3.4%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초기에 비심장성 흉통으로 분류된 환자 중 3% 정도는 30일 이내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다른 연구도 있다11. 한편, 관상동맥질환 관련 확률을 조사한 선행연구에서는 50대 남성의 경우 비정형 협심증의 유병률(prevalence)이 58.9%에 해당한다고 보고하였다12.
그러나 본 증례의 환자는 흉통 발생 직후 타 병원에서 시행한 심전도 및 심근효소검사, 심초음파 검사는 물론 본원 입원시 시행한 심전도 및 혈액검사상에서도 심장 질환을 시사하는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병력청취 및 감별진단의 결론에 따라 증례의 환자는 여러 검사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안전형 만성 흉통이지만, 관상동맥질환의 가능성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저자들은 이 같은 추정진단을 환자에게 안내하고, 증상 관리를 위한 관찰 및 조치를 충분히 취하되 여러 진료지침에 따라 향후 심장 관련 전문가의 진찰과 CT 검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한편으로는 비심장성 흉통 중 기능성 흉통(Functional Chest Pain)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관찰하였다. 기능성 흉통은 비심장성 흉통의 기저 매커니즘 중 하나이다. 검사를 통해 심장성 문제가 배제되나, 허혈성 심장통증과 구분되지 않는 재발성 흉통을 비심장성 흉통으로 정의한다13. 비심장성 흉통은 식도에 관련된 원인으로 주요 식도 운동 질환, 호산성 식도염, 기능성 흉통으로 통상 분류한다14. 우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서 특징적인 위장관계 소견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으므로 위식도역류질환(GERD) 등 식도 운동질환으로 인한 흉통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았다. 식도 문제로 인한 통증과 심장의 문제로 인한 통증의 구분은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응급실에서 식도 문제로 인한 통증을 더 잘 나타내는 특징은 운동에 대한 비정형적 반응, 이후 지속되는 통증, 측면으로 방사되지 않는 흉골후방의 통증, 수면을 방해하는 통증 및 연하곤란, 연하통, 가슴쓰림, 역류와 같은 특정 식도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15. 본 증례의 환자는 운동에 대한 비정형적 반응을 보이는 양상이 있다는 점 이외에 연하장애, 가슴쓰림 등 식도 문제로 기인하는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Rome IV criteria에 의하면 비심장성 흉통에 관련된 식도 문제의 명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임상적 증상을 통한 감별 이외에 proton pump inhibitor(PPI) 시험, 식도의 생검을 포함한 내시경 검사, 역류 검사, 식도내압검사와 같은 침습적 검사와 시험적 치료 시도가 필요하다16. 그러나 상기 환자는 관련 과거력 및 임상적인 식도 관련 의심 소견이 전무하며 소화 및 배변 상태가 양호하여 배제 감별을 목적으로 식도 검사 및 시험적 치료를 모두 시행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 이를 시행하지는 못하였다. 이외 과거력 조사 및 통증의 특성, 관련된 증상 및 이학적 검사상 폐, 흉막, 심막, 근골격계, 신경계, 담도, 췌장 및 정신질환으로 인한 비식도성 흉통의 병인 증후는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뚜렷한 흉통의 원인 질환에 대한 진단을 보류한 상태에서 심장 기원성 흉통 또는 기능성 흉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방치료를 진행하였으며, 최종적으로 경과추적시 cardiac CT촬영을 통해 관상동맥협착을 확인함으로써 초진시의 관상동맥질환 추정 진단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
관상동맥질환을 원인으로 하는 만성 흉통에 대한 통상 치료로는 베타 차단제 및 칼슘 길항제 등이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된다17. 그러나 본 증례 환자의 경우 주소증이 아닌 부가증상으로써 만성 흉통을 호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당 소견의 진료 시점에는 상단의 약물을 투약할만한 구체적인 병리 소견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증상 관리를 목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한의 중재를 적용하며 경과를 관찰하였다. 다만, 실험실 검사 소견 및 심전도 검사에 특이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경과 파악을 위한 평가변수로써는 환자의 흉통 관련 주관적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VNRS, 호흡곤란에 대하여 BDI를 주 평가도구로 활용하였다. 또한 흉부 불편감 발현 이후 중증도의 불면이 동반되는 상태였기에 PSQI를 추가적으로 시행하였다.
환자는 약 9일간의 침치료 및 한약투약을 통하여 상기의 평가도구에 따라 측정한 만성 흉통의 강도 및 부가소견이 모두 개선되었다. 본 증례에서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선행연구로는 안정형 협심증에 대한 침치료의 효과를 검토한 최근의 메타분석을 들 수 있다18. 17개의 무작위 대조 시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상기 연구는 침치료는 기존의 통상치료나 가짜침치료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하게 흉부 증상의 발작 빈도를 감소(-4.91; 95% confidence interval, -6.01- -3.82; p<0.00001) 시켰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우울 및 불안 장애의 개선에 있어 더욱 나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침치료는 기존 요법에 비하여 위해사례(adverse events)의 위험도 높이지 않아 안전한 중재라는 점 또한 확인되었다. 한편, 947명의 피험자가 포함된 12개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보다 최근의 메타분석에서는 안전형 협심증에 대하여 침 단독치료와 침 및 기존약물 병용치료의 효과를 기존약물 단독사용 그룹과 비교하였다4. 분석 결과 침치료(RR: 0.35, P<0.00001; RR: 0.49, P<0.00001)와 침 및 기존약물 병용치료(RR: 0.26, P<0.00001; RR: 0.52, P=0.03)는 모두 기존약물 활용에 비하여 높은 비율의 협심증 증상과 심전도 결과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상의 결과들은 침치료가 본 증례와 같은 소견의 증상관리에 있어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써 유효하고 안전한 중재로 선택될 수 있는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한편, 한약의 경우 혈부축어탕과 같은 다빈도 활용 처방의 경우 불안정 협심증에 대하여 병용요법으로 활용시 관련 증상을 억제(RR: 1.26 [1.16, 1.38]; P<0.00001)하고 심전도 소견을 개선(RR: 1.20 [1.04, 1.38]; P=0.01) 시킬 수 있다는 개별 메타분석이 이미 존재하며, 6639명의 협심증 피험자를 포함하는 한약 주사제의 효과에 대한 대규모 네트워크 메타분석의 결과에서도 다양한 한약 기반 주사제의 병용이 기존 약물의 단독사용보다 환자의 증상, 심전도 소견, 혈액검사 수치 등의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19,20. 입원 초기 투약된 곽향정기산은 위장관계 운동이 원활하지 않거나 팽창에 대한 내장 과민성이 있는 경우, 위장관계 염증 또는 중추신경계 기능 장애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증상에 다용되는 처방이다. 곽향정기산의 시스템 약리 분석 선행 연구에 의하면, 해당 약물의 주요 작용 매커니즘은 PIK-AKT 신호 경로, JAK-STAT 신호 경로, Toll-like 신호 경로 및 칼슘 신호 경로로 이루어져 있다21. 또한 곽향정기산의 생체 활성 화학 물질 성분은 46.2% 가량이 플라보노이드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식물의 대표적인 플라보노이드인 quercetin (GHX06)은 통증의 신경전달억제와 병리학적 고통을 개선하는 진통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2. 따라서 특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흉부 불편감으로 인한 일상 생활의 제한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곽향정기산을 우선 투약하며 경과를 관찰하였다. 이후 증상에 대한 보다 집중적인 치료를 위하여 전통적으로 흉비(胸痹)로 지칭되는 흉부 불편감에 다용되는 약물인 계지생강지실탕, 귤피지실생강탕가감방으로 투약을 변경하였다. 특히, 본 증례의 한약처방에서 증상 조절의 중점 약물로 투약한 지실(Poncirus trifoliata Rafinesque)은 주요 구성성분인 21-methylmelianodiol이 iNOS와 COX-2 발현의 억제를 통하여 항염증 효과를 발휘한다는 기전에 규명되어 있어 경과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또한 진피의 대표적인 화합물인 paeonioflorin, icariin and nobiletin 등은 항염증, 면역기능조절, 진통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23, 귤피지실생강탕가감방의 구성 약물 중 하나인 후박의 추출물은 중추신경계 보호 및 항불안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24. 따라서 지실 외의 구성 약물 역시 경과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침과 한약과 관련한 선행연구들은 본 증례에서의 흉통 개선경과가 자연적 호전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중재의 효과일 가능성을 뚜렷하게 뒷받침한다. 또한, 만성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하여 침과 한약이 증상관리의 선택지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성 또한 시사한다.
본 증례 보고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갖는다. 먼저,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기간의 문제가 있다. PSQI에서는 ‘지난 4주’ 동안의 응답자의 상태를 묻고 있는데, 본 증례에서는 임상진료시의 현실적 한계로 인하여 설문상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응답이 이루어졌다. 이같은 평가도구 운용과 관련한 한계점은 향후 전향적 설계의 추가 연구를 통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침 치료 및 한약 투여라는 두 종류 이상의 중재가 동시에 적용되어 증상의 개선 경과에 어떠한 단일 중재가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하여 각각의 개별 중재에 대한 관찰연구 및 임상시험 등 설계의 연구를 통하여 구체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초기 진단시 병력청취를 통한 적정한 추정진단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내 전문 의료진의 부재라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하여 세부적인 감별진단에 필요한 심혈관계 및 소화기계의 추가검사에 의한 조기 진단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점 또한 한계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한의 의료기관을 둘러싼 법률 및 제도의 한계와도 관련된 문제점으로 향후 이 주제와 관련된 연구를 별도로 수행하여 해결방향을 도출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IV. 결 론
여러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증례는 복합 한의치료를 통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관상동맥질환과 관련된 만성 흉통 증상과 부가증상을 신속하게 개선하고, 이를 통한 삶의 질 상승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의 주제 설정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본 증례는 한의의료기관 내 상세 병력 청취를 통하여 기존에 확인되지 못한 만성 흉통의 기저 질환 가능성을 예측하였다는 점에서도 일선 한의 의료기관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본 연구는 단일 사례의 보고에 불과하므로, 관련 주제에 대한 보다 잘 설계된 임상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편, 한의의료기관의 진단과 관련된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에 대한 후속 연구 또한 필수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감사의 글
본 연구는 청연한방병원 연구프로그램 지원에 따라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