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iabetic polyneuropathy, DPN)은 당뇨병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만성 합병증으로, 말초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감각 이상, 통증, 근력 저하 등을 유발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의 가장 흔한 만성 합병증 중 하나이며, 그 중 원위부 대칭성 다발신경병증이 가장 흔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1. 특히 통증성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painful diabetic polyneuropathy, PDPN)은 당뇨병에 기인한 체성감각계 병변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으로, 저림, 작열감, 찌르는 듯한 통증, 이질통 및 야간 악화 등의 양상을 보일 수 있다2. PDPN은 수면장애, 우울, 일상 활동의 제한 및 삶의 질 저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여전히 과소진단 및 과소치료되는 경우가 많아 임상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1,3. 현재 PDPN의 치료에는 gabapentin, pregabalin, tricyclic antidepressants,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SNRI) 등 다양한 약물이 사용되고 있으나,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며 졸림, 어지러움, 인지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3.
PDPN 환자에서는 통증 조절을 위해 다양한 약물이 병용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고령의 만성질환 환자에서는 다수의 동반질환으로 인해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이 흔히 나타난다4,5. 이와 같은 다약제 복용은 약물 상호작용, 이상반응, 복약 순응도 저하 및 기능 저하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특히 진통제와 정신과 약물이 중복되는 경우 약물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3-5. 따라서 PDPN 환자에서 기존 약물의 적절성을 재평가하고 단계적으로 약물을 감량하는 deprescribing이 중요하나, 실제 임상에서는 통증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3-5.
한편 최근 한의치료, 특히 침치료는 DPN 환자에서 통증 및 임상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통증 점수의 유의미한 감소와 일부 신경전도 지표 개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6,7. 또한 한의치료는 통증을 보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일부 환자에서 기존 약물의 대체 또는 감량과 같은 약물 부담 조절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8,9.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주로 PDPN의 통증 완화 자체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다약제 복용 상태의 환자에서 단계적 약물 감량과 한의치료를 병행한 임상적 의미를 검토한 보고는 드문 실정이다.
이에 본 증례에서는 다약제 복용 상태의 통증성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환자에서 약물 재평가 및 단계적 감량과 한의치료를 병행 중 통증 관련 지표의 변화를 중심으로 관찰된 입원 중 임상 경과를 보고하고자 한다.
본 증례는 연구에 앞서 IRB File No 2026-04-011 승인을 통해 본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히며, CARE case report guideline을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II. 증 례
1. 증례 및 진단
67세 여성 환자가 양하지의 이상감각 및 심한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X-1년 7월 11일 급성 담낭염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이후 양하지의 이상감각 및 통증이 발생하였으며, 이후 여러 진료과에서 약물 치료를 지속하였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었다. X년 6월 5일 지역사회획득폐렴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호흡기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하였고, 입원 중 시행한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진단되었다. 이후 X년 6월 19일 한의치료를 위해 본과로 입원하였다.
환자는 당뇨병(20년), 고혈압(30년), 이상지질혈증(20년), 파킨슨증(35년), 기관지확장증(35년), 섬유근통(9년), 부신기능저하증(9년), 양극성장애 및 주요우울장애(30년)의 과거력을 가지고 있었다. 입원 당시 심혈관계, 신경계, 정신과 약물을 포함한 총 30종의 약물을 복용 중인 다약제 복용 상태였으며, 특히 gabapentin, pregabalin, amitriptyline, opioid analgesics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병성 통증 조절 약물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 조절은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본 환자는 과거 수년간 내분비내과 추적검사 상 HbA1c는 X-4년 7월 8.9%, X-3년 12월 7.8%, X-2년 3월 7.7%, X-1년 5월 6.6% 등 반복적으로 상승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6.5% 이상이 지속적으로 확인되어 장기간의 당뇨병 및 혈당조절 불량 병력을 뒷받침하였다. 또한 과거 X-9년 내분비내과 퇴원요약지에도 “DM c peripheral polyneuropathy”가 기재되어 있어, 당뇨병과 연관된 말초신경병증이 이전부터 존재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본과 입원 전 시행한 가장 최신 혈액검사에서 HbA1c는 5.7%(X년 6월 17일)로 정상 범위 내였으나, X년 4월경 저혈당 증상이 있었고, 이전 입원 기간 중 혈당이 반복적으로 100 mg/dL 미만으로 확인되어 X년 6월 17일부터 당뇨병 약제를 중단한 상태로 본과로 입원하였다. 본과 입원 중에도 당뇨병 약제 없이 공복혈당은 100-150 mg/dL, 식후 2시간 혈당은 150-220 mg/dL 범위 내로 유지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최근의 정상 HbA1c 수치만으로 당뇨병 병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본 환자는 장기간의 당대사 이상과 변동성 있는 혈당조절 상태를 보인 환자로 판단할 수 있었다.
본과 입원 당시 환자는 양하지의 저림, 쑤심, 시림 양상의 이상감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였으며, 특히 우하지의 경우 발끝부터 둔부까지 원위부 우세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우하지 통증 강도는 Numerical Rating Scale(NRS) 9였고, 좌하지 통증 강도는 NRS 5였으며, 접촉조차 어려울 정도의 과민통을 보이며 야간에 통증이 악화되어 수면 장애를 동반하였다. 또한 통증으로 인해 앉은 자세 유지 및 휠체어 이동이 어려워 대부분 침상에서 생활하였고, 검사 및 병동 내 이동 시에도 침대 또는 스트레처카를 이용하였다. 이러한 원위부 우세의 통증, 이질통에 해당하는 과민통, 야간 악화 양상은 PDPN의 전형적 임상 양상과 부합하였다10.
X-1년 7월 입원 치료 이후 발생한 양하지 이상감각 및 통증에 대하여 시행한 신경전도검사에서는 양측 peroneal nerve의 F-wave latency 및 H-reflex 연장 외에 뚜렷한 전기생리학적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X년 6월 재입원 중 시행한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에서는 sensorimotor polyneuropathy(mixed type)를 시사하는 전기생리학적 이상소견이 확인되었다. 우측 common peroneal nerve와 posterior tibial nerve, 양측 superficial peroneal nerve, 우측 sural nerve 및 우측 H-reflex에서 파형 소실이 관찰되었고, 좌측 peroneal nerve에서는 terminal latency 연장, CMAP amplitude 감소 및 motor NCV 감소가 나타났다. 또한 좌측 posterior tibial nerve에서는 motor NCV 감소 및 F-wave latency 연장이 관찰되었다. 근전도검사에서는 우측 gastrocnemius와 tibialis anterior, 좌측 first dorsal interosseous muscle에서 insertional activity 증가와 positive sharp wave 및 fibrillation potential 소견이 있었다. Michigan Neuropathy Screening Instrument(MNSI) 평가에서도 설문 점수 9점, 진찰 점수 2.5점으로 DPN을 지지하는 결과를 보였다.
요추 또는 천추 신경근병증(radiculopathy)의 가능성에 대해서, 비록 요추 자기공명영상(MRI)는 시행되지 않았으나, 통증이 특정 피부분절을 따르지 않았고, 발끝에서부터 근위부로 이어지는 양측성 원위부 우세 양상이었으며, 신경전도검사에서도 sural nerve 및 superficial peroneal nerve를 포함한 감각신경 이상 소견이 있었던 점으로 보아 신경근병증보다는 말초신경병증에 더 합당하였다. 또한 근전도검사에서 양측 L4-5, S1 paraspinal muscle에 abnormal spontaneous activity가 관찰되지 않아 신경근병증을 시사하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았다.
한편 환자는 두 차례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고, 최초 증상이 중환자실 재원 이후 발생하여 critical illness polyneuropathy(CIP)와의 감별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장기간의 당뇨병 병력과 반복적인 HbA1c 상승 소견을 보였고, 과거 기록상 당뇨병과 연관된 말초신경병증이 이미 시사된 바 있었으며, 임상적으로도 원위부 우세의 심한 통증, 과민통, 야간 악화가 주된 양상이었다. 또한 X-1년 7월 시행한 신경전도검사에서 양측 peroneal nerve의 CMAP amplitude는 정상 범위였으며, 이후 X년 6월 검사에서 sensorimotor polyneuropathy에 합당한 진행 소견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병력, 임상 증상 및 검사 소견을 종합할 때 본 증례는 PDPN을 주된 진단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다만 증상의 뚜렷한 악화 시점이 패혈성 쇼크 및 중환자실 치료 이후였고, 우측 우세의 비대칭적 통증과 proximal extension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악화 외에 CIP 또는 기타 혼합성 병인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X년 6월 19일 입원 1일차에 시행한 계통문진 및 신체 진찰 결과 面色無華, 입면난 및 재입면난, 식욕 부진, 소화 불량, 구역, 오심, 상열하한이 확인되었고, 舌淡白, 脈無力의 소견으로 氣血兩虛로 변증하였다. 또한 환자가 호소하는 저림, 시림 및 통증은 寒濕 및 瘀血이 經絡을 저해하여 발생한 痺證으로 판단하였다.
2. 치료계획 수립 및 치료 내용
본 증례의 환자는 장기간의 당뇨병과 반복된 중증 감염 이후 전신 쇠약 상태를 보였고, 다약제 복용 상태에서 신경병성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약물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증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을 치료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였다. 한의학적으로는 氣血兩虛를 바탕으로 寒濕 및 瘀血이 經絡을 저해하여 발생한 痺證으로 판단하고, 補氣養血, 溫經散寒, 活血通絡을 치료 원칙으로 설정하였다.
1) 한약치료
입원 1일차부터 28일차까지 하지 통증을 개선하기 위해 소경활혈탕에 첩당 황기 6 g, 부자 2 g를 가미하여 2첩 용량을 3팩으로 달여서 100 cc씩 매 식후 2시간에 복용하였다(Table 1). 소경활혈탕은 風濕과 瘀血로 인한 관절통, 근육통, 신경통 및 하지 통증 등에 활용되어 온 처방으로, 活血祛瘀, 祛風除濕, 通絡止痛의 효능을 통해 경락의 소통을 회복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11,12. 본 증례의 환자는 양하지 원위부 우세 통증, 과민통, 야간 악화와 더불어 저림과 시림을 호소하였고, 한의학적으로는 氣血兩虛를 바탕으로 寒濕 및 瘀血이 經絡을 저해한 痺證으로 판단되었으므로, 活血通絡, 溫經散寒, 止痛을 목표로 소경활혈탕을 주된 처방으로 선정하였다. 여기에 황기는 반복된 중증 감염과 장기간의 만성질환 이후 나타난 전신 쇠약 및 근위약 소견을 고려하여 補氣升陽하고 근육의 기능 회복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가미하였고13, 부자는 하지 냉감과 상열하한 등 寒證 양상을 고려하여 溫經散寒하고 陽氣를 보하여 통증 완화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가미하였다14.
Table 1
Composition of Sogyunghwalhyeol-tanggamibang
입원 9일 차부터 21일 차까지 야간에 악화되는 하지 저림 및 통증을 개선하기 위해 크라시에계지복령환엑스세립(Kracie Gyejibokryeong-hwan, Extract Fine Granule, 경방신약)과 크라시에작약감초탕엑스세립(Kracie Jakyakgamcho-tang, Extract Fine Granule, 경방신약)을 1일 1회 각 1포씩 취침 전에 복용하였으며, 입원 22일차부터 28일차까지 수면장애 개선을 위해 분심기음(Bunsimgieum,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약무팀, 원내 조제)을 1일 2회 각 1포씩 아침, 저녁 식후 2시간에 복용하였다.
2) 침 치료
입원 1일차부터 28일차까지 하지 통증을 개선하기 위하여 0.25×30 mm stainless steel(동방침구제작소,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여 1일 1회 20분 동안 신정(GV24), 백회(GV20), 사신총(EX-HN1), 양측 예풍(TE17), 곡지(LI11), 수삼리(LI10), 외관(TE5), 중저(TE3), 합곡(LI4), 풍시(GB31), 족삼리(ST36), 상거허(ST37), 양릉천(GB34), 삼음교(SP6), 현종(GB39), 태충(LR3), 우측 팔풍(EX-LE10)에 자침하였다.
3) 전침 치료
입원 1일차부터 28일차까지 하지 통증을 개선하기 위하여 0.25×30 mm stainless steel(동방침구제작소,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여 1일 1회 20분 동안 양측 족삼리(ST36), 상거허(ST37), 현종(GB39), 태충(LR3)에 자침하고 족삼리-상거허, 현종-태충에 STN-111 침전기자극기((주)StraTek, 대한민국)를 이용하여 주파수는 4 Hz, 강도는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세기로 하루 1회 20분 시행하였다.
4) 뜸 치료
입원 1일차부터 28일차까지 하지 통증을 개선하기 위하여 전자뜸(테크노싸이언스, 무연 On뜸기, 대한민국)을 사용하여 양측 태충(LR3), 조해(KI6) 및 발목 통처에 1일 1회 20분 동안 전자뜸 치료를 시행하였다.
5) 약침 치료
입원 1일차부터 28일차까지 하지 통증을 개선하기 위하여 자하거약침액(기린한의원 원외탕전실) 1 cc를 양측 족삼리(ST36), 삼음교(SP6), 우측 태충(LR3), 팔풍(EX-LE10) 및 통처에 0.1 cc~0.2 cc씩 자입하였다.
6) TENS 치료
입원 1일차부터 28일차까지 하지 통증을 개선하기 위하여 TENS 패드를 양측 족삼리(ST36), 태충(LR3)에 부착하고 ES-320 TENS((주)ITO, 일본)를 이용하여 주파수 4 Hz, 강도는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세기로 하루 1회 20분 시행하였다.
7) 양약 치료
입원 시 환자는 총 30종의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여러 진료과에서 처방된 약물이 병용되고 있는 다약제 복용 상태였다. 입원 시 복용하고 있던 약물 목록은 다음과 같다(Table 2).
Table 2
List of Western Medications at Admission
III. 평가방법 및 경과
1. 평가 방법
본 증례에서는 하지 통증의 변화를 평가하기 위해 Numerical Rating Scale(NRS)과 Short-Form McGill Pain Questionnaire(SF-MPQ)를 사용하였다. NRS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를 0점(통증 없음)부터 10점(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통증)까지 표현하도록 하여 입원 기간 중 일별 변화를 평가하였다. SF-MPQ는 15개의 pain descriptor items로 구성되며, 이 중 11개는 감각적 문항, 4개는 정서적 문항이다. 각 문항은 0점(없음), 1점(경도), 2점(중등도), 3점(고도)로 평가하며, 감각적 통증 점수, 정서적 통증 점수, 총 통증 점수를 각각 산출할 수 있다. 입원일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설문지를 시행하였다.
2. 치료 경과
1) NRS
입원 중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를 매일 NRS로 평가하였다. 입원 당시 우측 하지 통증은 NRS 9, 좌측 하지 통증은 NRS 5였으며, 양하지 통증으로 인해 침상 생활 상태였고 우측 하지의 통증이 극심하여 “다리를 잘라내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하였다. 입원 9일차에는 우측 하지 통증이 NRS 7로 감소하였으며, 입원 14일차에는 NRS 6으로 감소하였다. 이후 통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입원 20일차부터는 우측 하지 통증 NRS 5, 좌측 하지 통증 NRS 3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우측 하지의 과민통이 완화되었고, 야간 통증 감소와 함께 수면 상태도 일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NRS score의 변화 추이는 하기와 같다(Fig. 1).
2) SF-MPQ
통증의 감각적・정서적 특성과 주관적 통증 강도를 SF-MPQ로 일주일에 한번씩 평가하였다. 입원 1일차 15개 pain descriptor items 점수 총합은 44점이었다. 당시 감각적 문항에서는 욱신거리는, 쏘는 듯한, 날카로운 듯한, 쥐어짜는 듯한, 성가시게, 타는 듯한, 따가운, 묵직한, 민감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모두 3점으로 평가되었고,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은 2점으로 평가되었다. 정서적 문항인 지치고 무기력한, 미식거리는, 두려운, 혹독한 벌을 받는 듯한 통증 역시 모두 3점으로 평가되어, 통증의 감각적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고통도 매우 큰 상태였다. 입원 8일차에는 점수 총합이 45점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다. 모든 감각적 및 정서적 문항이 여전히 3점으로 평가되었다. 입원 15일차에는 점수 총합이 37점으로 감소하였다. 감각적 문항에서는 욱신거리는, 쏘는 듯한, 날카로운 듯한, 칼로 찌르는 듯한, 쥐어짜는 듯한, 따가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각 2점으로 감소하였으며, 정서적 문항에서 혹독한 벌을 받는 듯한 통증이 1점으로 감소하였다. 전반적으로 예리하고 날카로운 성격의 통증은 일부 완화되기 시작하였으나, 지속적이고 불쾌한 통증 및 정서적 고통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남아 있었다. 입원 22일차에는 점수 총합이 28점으로 감소하였다. 감각적 문항에서는 쏘는 듯한, 날카로운 듯한,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각 1점으로 감소하였고, 욱신거리는, 쥐어짜는 듯한, 성가시게, 따가운, 묵직한, 민감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은 각 2점으로 평가되었다. 타는 듯한 통증은 3점으로 유지되었으며, 정서적 문항은 모두 2점으로 감소하였다. 입원 28일차에는 점수 총합이 16점으로 감소하였다. 감각적 문항에서는 10개의 감각적 문항이 모두 1점으로 감소하였다. 타는 듯한 통증은 2점으로 평가되어 다른 문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잔존하는 양상을 보였다. 정서적 문항 또한 모두 1점으로 감소하였다. 전반적으로 감각적 및 정서적 통증 특성이 모두 완화되었으며, 특히 대부분의 통증 형용사 점수가 고르게 감소한 양상을 보였다(Fig. 2).
3) 단계적 약물 감량
입원 후 환자의 임상 증상, 기능 상태 및 약물 구성을 재평가하여, 중복되거나 임상적 유효성이 제한적인 약제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약물 조정을 시행하였다. 약물 조정은 관련 진료과 협진 하에 이루어졌으며, 약제 간 상호작용 및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감량 또는 중단하였다. 약물 감량은 환자의 주증상과의 직접적 관련성, 약효의 중복 여부, 임상적 유효성, 동반 증상의 호전 여부, 약물 중단 시 위험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통증과 직접적 관련성이 낮거나 중복 가능성이 있는 약제를 먼저 중단하고, 입원 초기 통증 강도가 매우 높아 급격한 악화 위험이 있는 약제는 유지하면서 경과를 관찰하였다.
입원 1일차에 pregabalin과 amitriptyline은 기존 gabapentin 및 opioid analgesics와 병용되고 있었으나 통증 조절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중복 처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어 중단하였다. 같은 날 choline alfoscerate, magnesium oxide는 임상적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중단하였다. 입원 5일차에는 호흡기 증상 호전을 고려하여 acetylcysteine, levodropropizine, theobromine, montelukast 및 ebastine을 포함한 호흡기계 약물을 중단하였다. 이후 입원 9일차에는 증상 경과를 반영하여 pramipexole을 1일 2회에서 1일 1회로 감량하였고, 소화기 증상과의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은 trimebutine을 중단하였다. 입원 14일차에는 근이완제인 eperisone을 임상적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중단하였다. 정신과 약물 감량은 정신건강의학과 협진 하에 이루어졌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병동 대면 진료 후 환자 상태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되어, 입원 15일차에 복용 중인 정신과 약제 구성을 검토한 후, 중복 가능성 및 임상적 필요성을 고려하여 desvenlafaxine 25 mg 제제를 중단하였다. 입원 19일차에는 배뇨 증상 경과를 고려하여 alfuzosin을 중단하였다. 다만 입원 26일차에는 환자가 배뇨 시 시원하게 배출되지 않는 불편감을 호소하여 alfuzosin은 재개하였고, 이후에는 배뇨 증상이 호전되었다. 같은 날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통해 환자의 정서 상태를 재평가한 후 desvenlafaxine 50 mg 제제를 추가로 중단하였으며, 소화기 증상 호전을 고려하여 rebamipide를 중단하였다.
한편 gabapentin과 opioid analgesics는 입원 초기 통증 강도가 매우 높고 과민통 및 야간 악화가 뚜렷하였기 때문에 급격한 통증 반동을 방지하기 위해 유지하였다. 또한 약물 감량 과정에서 매일 통증 강도 문진에 더불어 수면 상태와 정서 상태를 문진하였으며, 뚜렷한 통증 반동, 이상 반응, 수면의 급격한 악화 또는 정서 불안정성 악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입원 당시 총 30종의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입원 기간 동안 단계적 약물 감량을 통해 최종적으로 16종의 약물이 유지되었다(Fig. 3).
IV. 고찰 및 결론
본 증례는 20년의 당뇨병 병력을 가진 67세 여성 환자에서, 통증성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PDPN)을 시사하는 임상 양상에 대하여 단계적 약물 감량과 복합 한의치료를 병행한 사례이다. 환자는 입원 당시 양하지 원위부 우세의 심한 통증, 과민통, 야간 악화 및 수면장애를 보였고, gabapentin, pregabalin, amitriptyline, opioid analgesics를 포함한 총 30종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음에도 통증 조절이 충분하지 않았다. 입원 후 복합 한의치료를 시행함과 더불어 pregabalin과 amitriptyline을 포함한 일부 신경병성 통증 관련 약제를 초기부터 중단하거나 감량하였음에도 통증의 뚜렷한 악화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NRS와 SF-MPQ는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입원 기간 동안 총 약물 수는 30종에서 16종으로 감소하였다.
본 증례에서 소경활혈탕 가미방은 복합 한의치료의 일부로 사용되었다. 소경활혈탕은 전통적으로 風濕과 瘀血로 인한 관절통, 근육통, 신경통 및 하지 통증 등에 활용되어 온 처방으로, 活血祛瘀, 祛風除濕, 通絡止痛의 효능을 가진다. 황기의 가미는 반복된 중증 감염과 장기간의 만성질환 이후 나타난 전신 쇠약 및 근위약 소견을 보완하고, 부자는 하지 냉감과 寒證 양상을 완화함으로써 본 증례의 통증 조절에 보조적으로 기여하였을 것으로 사료된다11-14.
침, 전침, 뜸, 약침 및 TENS를 포함한 비약물적 한의치료 역시 복합적으로 시행되었다. 침치료는 최근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과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DPN 관련 증상을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통증 및 정서적 통증 차원까지 개선할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6,7,15. 또한 전침치료는 PDN 환자의 통증 감소, 수면 장애 개선 및 삶의 질 향상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다기관 무작위 대조연구와 최근 네트워크 메타분석 결과가 보고되었다16,17. 뜸 치료는 DPN 치료에 있어 평균 운동신경전도속도를 높이며 대조군보다 유의미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메타분석 결과가 보고되었으며18, 자하거 약침은 직접적으로 PDPN에 직접적으로 사용된 근거는 제한적이나, 신경계 및 통증 관련 질환에 보조적으로 활용되어왔다19. TENS는 DPN 환자의 통증 완화에 유의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20. 다만 본 증례에서는 이들 중재가 동시에 시행되어 개별 중재의 효과를 구분할 수 없다.
또한 본 증례는 다약제 복용 상태의 신경병성 통증 환자에서 단계적 약물 감량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증례에서는 기존 약물의 적절성을 재평가하고, 중복되거나 임상적 필요성이 낮은 약제를 우선적으로 중단하였다.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통증이 악화되지 않았고, 통증의 강도와 감각적・정서적 특성이 점진적으로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정신과 약물 감량은 정신건강의학과 협진 하에 이루어졌고, 병동 생활 중 수면 상태와 정서 상태를 지속적으로 문진하였으나 뚜렷한 악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Alfuzosin은 중단 후 배뇨 곤란이 재발하여 재개되었는데, 이는 약물 감량이 일률적인 중단이 아니라 환자의 실제 증상 변화를 바탕으로 개별 약물의 필요성을 재평가하며 진행된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진단 측면에서 본 환자는 장기간의 당뇨병 병력, 반복적인 HbA1c 상승, 원위부 우세의 통증, 과민통, 야간 악화,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 결과, MNSI 결과 등을 종합할 때 PDPN을 시사하는 근거가 충분하였다. 또한 과거 기록상 “DM c peripheral polyneuropathy”가 기재되어 있어 당뇨병과 연관된 말초신경병증이 이전부터 존재하였을 가능성도 시사되었다. 그러나 증상의 뚜렷한 악화 시점이 반복적인 패혈성 쇼크 및 중환자실 치료 이후였고, 임상 양상에서도 우측 우세의 비대칭성과 proximal extension을 보여 전형적인 length-dependent symmetric PDPN과는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본 증례는 PDPN을 주된 진단으로 판단하되, 기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악화 외에 critical illness polyneuropathy 또는 기타 혼합성 병인이 중첩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임상적으로는 PDPN을 시사하는 통증 환자에서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 조절이 불충분하거나 다약제 복용으로 약물 부담이 큰 경우, 기존 처방의 적절성을 재평가하고 단계적 약물 감량을 고려할 수 있다. 이때 한의치료를 포함한 비약물적 또는 통합적 치료적 접근은 통증 악화 없이 약물 감량을 시행하는 데 보완적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본 증례는 단일 증례보고이며, 소경활혈탕 가미방, 침, 전침, 뜸, 자하거 약침, TENS, 추가 한약 제제 및 기존 양약 유지가 동시에 이루어진 복합중재 사례이므로, 관찰된 통증 호전이 특정 중재의 효과에 기인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 또한 퇴원 후 첫 외래 추적에서 보호자 진술 상 증상은 퇴원 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었으며, 약제도 감량 상태로 복용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이후 추적은 불가능하여 입원 중 관찰된 변화의 장기적 지속성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 향후에는 다약제 복용 상태의 PDPN 또는 혼합성 병인을 가진 말초신경병증 환자군을 대상으로 단계적 약물 감량과 복합 한의치료 병행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본 증례는 다약제 복용 상태에서 PDPN을 시사하는 통증 환자에서 단계적 약물 감량과 복합 한의치료를 병행하는 동안, 통증 관련 지표의 호전이 관찰된 임상 경과를 보고한 사례이다. 이는 신경병성 통증과 다약제 복용이 동반된 환자에서 약물 재평가와 통합적 치료 접근의 임상적 적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